“영광의 끝자락에 있지만 가정집같이 온화해요”
경로당 탐방 하삼경로당 <홍농읍>
“오메, 혼자서도 조르르 잘 찾아왔네잉. 지금 길을 못 찾나 걱정돼 저기 앞까지 나가볼라 했더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르신들이 초행길인 방문객을 염려해 하삼경로당(회장 이정봉 사진) 앞에서 종종걸음을 치면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하삼경로당은 회원수가 35명으로 다른 경로당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지만 이날은 많은 어르신들이 경로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정봉 회장은 “서울 자식들 집에도 가고 그래서 다 못 왔어. 사람들은 더 많은디”라며 몇명 빠진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하삼경로당은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 마을 주민들이 땅을 마련하고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아 건립됐다.
올 봄에는 영광군에서 지원을 받아 리모델링을 할 예정이지만 서로 뜻을 모아 지은 화합의 결과물인 경로당이기에 회원들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부엌에서는 마을 부녀회(회장 박연순)의 회원들이 점심식사를 마련하느라 손길이 분주하다.
부녀회에선 마을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나서서 음식장만을 도맡아 어르신들을 정성스레 모시고 있다.
이 회장은 “우리 마을은 자랑할 것이 매우 많은디 그 중에 가장 큰 자랑은 우리 부녀회원들이다”고 칭찬한다.
이 경로당은 적게는 50대부터 많게는 80대까지 어느 한 사람 소외되는 일 없는 단란한 가정집같은 온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삼마을 주민들은 살기에 부족한 것이 없이 넉넉해 보인다. 김용섭 이장은 “쓰레기 매립지가 마을 가까이에 있어 여름철에는 매립차량이 지나다닐 때 냄새 때문에 거부감이 들기도 하다”며 “그 외에는 부족한 것도 불만스러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떡국, 모시떡, 고기반찬 등이 거나하게 차려진 상에 모든 회원들이 둘러 앉았다. 이어 이정봉 회장이 일어서 새해 덕담을 나누고 너나 할 것 없이 술잔과 음료수잔을 높이 들어올렸다.
“자 우리 하삼마을 사람들 모두 2013년 새해에는 더 화합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 봅시다. 건배!”
대대로 사이좋은 이 마을의 전통은 어르신들이 어렸을 적부터 봤다는 300년 쯤 돼 보이는 저 언덕위의 할머니 나무 덕이 아닐까.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