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불편하지만 늘 감사하면서 살아요”
김현순 <천주교 한글교실 수강생>
천주교 영광성당 한글교실에서 늦었지만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모범학생 김현순(41)씨.
“같이 배우는 엄마들이 선생님이 안계실 때에 나를 ‘막내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선생님도 아닌 나한테 한글을 물어봐요.”
김씨는 어린아이처럼 한껏 들뜬 얼굴로 한글교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했다.
김씨는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불편해 중학교를 힘들게 졸업하고 고등학교에는 진학하지 못했다.
그런데 3년전 같은 장애인 사무실에 다니던 언니를 따라 한글교실에 무심코 방문한 것이 인연이 돼 정식으로 한글교실의 학생이 됐다.
늦은 공부가 쉽지는 않았지만 같이 다니던 한글교실 학생들이 챙겨주고 도와줘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녀는 “평소에 천식이 있던 애기아빠를 12년 전에 갑자기 잃었다”며 “나도 몸이 아플때면 애기 아빠가 그립고 있을 때 더 잘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며 눈물을 훔친다.
김 씨는 남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부모님을 극진히 모셔 그녀가 사는 영광읍 남천리에서 효부로도 유명하다.
그녀는 “어린나이인 19살에 시집을 와서 처음에는 시부모님이 어려웠지만 점점 편해져 시부모님을 친정부모님처럼 생각하고 정성스럽게 모셨다”며 “요즘은 허리며 온 몸이 아파 자주 못 찾아가서 죄송스럽다”고 쓸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또 그녀는 시어머니와 함께 목욕탕에 가곤 했는데 사람들이 “저것좀 보소. 딸보다 더 잘하네. 누가 며느리라고 하겠어”라며 “며느리 없는 집은 서러워서 살겄어?”라고 눈을 흘기기도 했다고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녀는 현재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 소아마비로 원래 거동이 불편했지만 남편을 잃은 때쯤 뇌경색으로 쓰러져 뇌의 반쪽은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왼쪽 손과 발을 비롯해 몸의 왼쪽은 거의 못쓰고 공기가 뜨겁고 답답하면 자신도 모르게 쓰러진다. 그럼에도 그녀는 걸음이라도 걸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한다.
그녀는 “사람들이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왜 이렇게 돼버렸나 묻곤 해요”라며 “그래도 나보다 더 심한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걸을 수라도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3개월 전부터는 건강이 더 안 좋아져 시부모님댁을 찾아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아도 몸이 안 따라주니 괴롭다는 김현순씨.
시부모님이 안 계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담아 말하는 그녀를 보며 <고아가 1등 신랑감>이라고 말하는 요즘 세상에 이런 효부가 또 있을까 싶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