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고 어떻게 이런 좋은 것을 만났는지 몰러”
박옥자 <영광문화원 문화기부단원>
지난해 말 관내 어르신들로 구성된 영광문화원 문화기부단이 곳곳에서 춘향전 <어화둥둥 내사랑> 공연을 펼쳤다.
“도련님, 도련니~임.” 방자가 우렁찬 목소리로 이몽룡을 부르며 조르르 달려나온다.
댕기머리를 하고 때묻은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방자의 모습이다. 문화기부단원중 방자의 역할을 맡은 박옥자(72) 어르신은 “하는 일이 많아 1주일이 부족하다”며 제2의 인생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박 어르신은 노인복지회관과 영광읍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리는 우리소리, 서예, 건강체조, 컴퓨터교실 등 어르신 문화교실에 빠지지 않고 거의 날마다 참여하고 있다.
문화교실이 쉬는 주말에는 물무산도 올라가고 도동리 생활체육공원에 가서 운동을 하기도 한다.
원래 나주가 고향인 박 어르신은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함께 영광으로 이사와 영광읍 도동리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50대 이른 나이에 남편을 잃고 혼자 힘으로 자활근로 등을 하며 살다 2006년 정년으로 일을 그만뒀다. 그때부터 자기 자신만을 위해 모든 취미생활을 즐기며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방자역을 맡게 된 것도 같이 서예교실에 다니던 사람을 따라 우리춤교실에 들어가 영광문화원의 한현선 사무국장을 만나고서부터이다.
박 어르신은 “5년전 영광읍민의 날에 <농부가>를 배워 처음 무대에 섰는데 그때는 아무 역할도 없이 노래만 부르고 내려왔다”며 “2011년에는 심청전에서 도선사 역할도 하기도 했고 뺑덕어멈 역할을 하기도 하는 등 그때부터 중요 배역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춘향전의 방자역을 맡아 1년동안 활동하기도 했는데 박 어르신에게는 연예인들도 느낀다는 무대공포증이 남의 말일 뿐이다. 박 어르신은 “무대에 서는 것이 전혀 떨리지도 않고 오히려 신나고 즐겁다”고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박 어르신은 어렸을 적부터 동네에 콩쿨대가 오면 나가서 노래를 불러서 양푼이며 쟁반을 경품으로 받았다고 한다. “당시 <김포비행장>을 불러 받은 쟁반이 아직도 집에 있다”고 자랑하는 어르신에게서 넘치는 끼가 엿보였다.
박 어르신은 지난해 말 문화기부단원들과 함께 지역어르신들을 위해 한전문화회관에서 공연도 하고 기독신하병원의 노인전문요양원을 찾아 환자들에게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박 어르신은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보면 나도 금방이라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그분들이 박수치고 좋아하시면 내가 오히려 더 건강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가방 끈이 짧은 것이 평생 부끄러움이고 한이었다는 박옥자 어르신. 지금은 요리 레시피도 인터넷에서 찾아서 쓴다는 어르신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언제까지나 응원하고 싶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