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 어르신들 사랑방 꼭 지어주세요”

172 - 영광읍 학정2리 김선영 이장

2013-01-31     영광21

영광읍에서 묘량면 방향으로 가다보면 학정리 버스정류장 건너편에 굴다리를 지나는 길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예쁜 집들을 짓고 있는 조용한 마을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영광읍 학정2리(이장 김선영)이다.

학정2리는 신촌, 대천, 강변, 남부, 양회마을 등 5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돼 30가구 7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들은 논과 밭을 일구고 사는데 어르신들이 많아 대부분 소규모의 농사를 짓는다.

학정2리의 김선영(57) 이장은 청주에서 살다 5년전 한수원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영광으로 이사왔다.

김 이장은 “원래는 홍농읍에 집을 구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이 마을이 마음에 꼭 들더라”며 “살다보니 불편한 것이 많아 이것저것 신경쓰다보니 마을주민들이 더 열심히 하라고 1년전 이장으로 뽑아줬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좁고 오래돼 비가 오면 물에 잠기는 마을 진입로에 수로를 설치하고 길을 새로 포장할 수 있도록 군청에 건의하는 등 오랫동안 방치됐던 마을 시설들을 손봤다.

또 어르신들의 사랑방을 만들기 위해 발로 뛰어 향우에게 땅을 희사받고 군에서 건축비를 지원받아 조그마한 시정을 짓기도 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학정2리는 벚나무, 은행나무, 밤나무, 감나무가 많아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가을에는 밤이며 감이 주렁주렁 열리는 등 경관이 뛰어나다고 한다.

김 이장은 “자연 속에서 살고 싶었는데 사계절 내내 아름답고 살기 좋은 우리 마을이 정말 좋다”고 자랑했다.

김 이장은 또 “올에는 젊은 사람들 2가구가 새로 집을 짓고 들어올 예정이다”며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착해 예쁜 전원주택단지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고 밝혔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학정2리의 마을회관 겸 어르신들의 사랑방은 비닐하우스다.

마을주민의 대부분이 어르신들이지만 이렇다 할 시설이 없다보니 한 주민이 겨울에는 사용하지 않는 비닐하우스에 평상과 이불을 마련해 놓고 어르신들이 쉬어갈 수 있게 했다.

마을의 가장 어른인 98세의 한 어르신은 비닐하우스 경로당이라도 날마다 나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마저도 여름철에는 뜨거워서 이용할 수 없다.

김 이장은 “학정2리가 고향인 서울에 사는 향우께서 고맙게도 땅을 희사해 줘서 경로당 부지를 마련했다”며 “그러나 군에서 우리 마을에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경로당 건물은 짓지 못하고 조그만 시정에 만족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이장은 또 “군청에서 경로당이 너무 많아 관리가 안돼 앞으로 경로당 건축비 지원은 없을 것이라 한다”며 “하지만 한 마을에 마을회관, 경로당 2개 건물의 건축비를 지원해 준 곳도 많은데 둘중 아무 것도 없는 곳은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김 이장은 “마을의 어르신들께 젊은 사람들이 밥도 대접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나셨으면 하는데 그게 가장 면목없다”며 경로당 건립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올해에는 김 이장과 마을주민들의 바람대로 학정2리 경로당이 생기길 기대해 본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