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정을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한 사랑방
용암경로당<군남면>
“오메, 여기만 오면 사람에 치여서 못 산당께.”
3개의 방이 발딛을 곳 없이 사람들로 가득한 군남면 용암경로당(회장 지재용 사진)의 여기저기서 장난스러운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용암경로당 회원수는 53명으로 날마다 50여명의 주민들이 경로당을 찾는다. 그래서 경로당 건물은 항상 북적북적하며 시끌벅적한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용암경로당은 1998년 광주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는 향우가 희사한 부지에 군에서 지원받은 건축비로 건립됐다. 경로당 바로 앞에 보이는 오래된 느티나무 네그루와 그 밑에 있는 작은 모정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지재용(73) 노인회장은 “네그루의 나무가 꼭 한나무처럼 나뭇가지를 늘어뜨린 모습이 볼만하다”며 “마을주민들은 나무의 나이가 500년은 더 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나이나 모양새가 전국 최고라고 해도 넘치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용암경로당의 회원들은 다른 경로당과는 달리 별도로 회비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배윤기(69) 총무는 “회비를 따로 걷지 않아도 기존에 있던 노인회 자금을 활용해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나간다”며 “해마다 경로당에서 김장을 담구기도 하는데 지난해에도 배추를 사서 다같이 담궜다”고 말했다.
용암경로당에는 평소에도 워낙 많은 회원들이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재미삼아 치는 화투도 남녀 따로 5명씩 세팀으로 나눠서 친다. 남자 어르신들의 말에 따르면 남자 어르신들은 통 크게 100원짜리 화투를 치고 여자 어르신들은 10원짜리 화투를 친다고.
김모님(79) 어르신은 화투패를 내리치는 모습을 흉내내며 “화투를 치는 것은 손을 위로 아래로 움직이니 노인들에게는 큰 운동이나 다름없다”며 웃는다.
지 회장은 “마을에 경로당 회원들과 마을주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운동기구가 없다”며 “설치할 수 있는 부지는 얼마든지 많으니 운동기구 몇개라도 설치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이야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활기가 넘치는 용암경로당. 부족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회원 한사람 한사람을 재산으로 여기고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사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넉넉해진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