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도 이만큼은 하고 살지요”

옥당골칭찬릴레이 - 고영순씨 / 군남면

2004-10-07     박은정
넓게 펼쳐진 황금들녁이 넉넉한 풍요로움과 한해의 마무리를 서둘러 정리해야한다는 조급함을 동시에 전해주고 있다. 이렇게 세월은 무작정 흐르고 있지만 흐르는 세월을 성실하고 야무지게 채워가는 이가 있다. 그가 바로 지극히 평범하지만 주위를 편하게 비춰주고 있는 고영순(45)씨.

장성이 친정인 그는 군남면 월흥리 6남매의 맏며느리로 시집와 23년간 생활하고 있다. 처음 시집와 10여년 동안 홀시아버지를 모셨고 어린 시누이 시동생을 거두며 열심히 살아온 그는 마을에서도 웃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잘 보살펴 남녀노소 모두가 그를 무척 좋아하며 따르고 있었다.

마을의 부녀회장을 5년째 맡고 있는 그는 마을의 빈병과 폐품을 모아 얻어진 수익금으로 마을 경로잔치를 열어 주민의 친목과 화합을 유도해 나가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등 주민들의 애·경사를 찾아가 살피며 솔선수범해 마을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고 씨를 오랫동안 지켜본 마을의 한 주민은 “재수씨는 어른들에게 예절 바르고 살림도 알뜰하게 잘하는 얌전한 사람이다”며 “많은 시동생 시누이들을 모두 결혼시키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시아버지 뜻을 다 받아주며 마지막 돌아가실 때까지 힘든 병수발을 다하면서도 구김없이 생활해 마을에서 모두들 곱게 보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쩌면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는 생각하겠지만 같은 일이라도 얼마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하는가에 따라 잘하고 못함을 평가받는 것이다. 고 씨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속에서도 이웃과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따뜻한 정을 베풀고 있어 주위에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고 씨의 남편 또한 마을의 이장을 10년째 맡아오며 주민들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고 씨는 “오히려 나보다 남편이 마을에 좋은 일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다”며 “언제나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 깊은 남편이 있기에 편하게 마을일도 해 나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남편의 외조에 대한 감사를 표시했다.

옛말에 ‘부창부수(夫唱婦隨)’란 말이 있다. 남편이 먼저 하면 부인이 뒤를 따라한마음으로 일을 해나간다는 뜻이다. 부부란 혼자 무엇을 잘하려고 해도 상대 배우자가 반대하고 잘 따라주지 않으면 어떤 일이라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고 씨 부부는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며 그렇게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고영순씨는 남겨진 세월동안도 남편과 자녀 그리고 이웃과 ‘나눔’이란 아름다운 사랑을 변함없이 실천할 것을 조용히 약속하는 미소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