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림정사 가르침으로 옛부터 효자 효부가 많은 마을”
178 - 홍농읍 월암2리 김태연 이장
“우리 이장? 술 잘먹는 것 빼고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하하.”
마을 경로당에 모인 홍농읍 월암2리(이장 김태연) 마을주민들은 김 이장을 ‘홍농읍에서 술 잘먹기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소개에 김 이장도 크게 웃으며 ‘그렇지, 그렇지’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용대리 풍촌마을과 맞닿아 있는 월암2리는 홍농읍 소재지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한다. 풍암, 한현, 신장마을 등 3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는 월암2리는 40여가구 6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김 이장은 “자식들은 다 외지로 나가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 가구 수에 비하면 주민수가 적은 편이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은 대부분 벼나 고추농사를 짓는다. 토질이 좋아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추에는 당분이 있다며 상인들이 비싼 값을 치르고 사가기도 한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김 이장은 “우리 월암리 풍암마을에는 <덕림정사>가 있어서 그 가르침을 받고 효자효부나 덕있는 사람이 많다”고 자랑했다.
<덕림정사>는 영광출신인 선비 성와醒窩 이승달(1875~1952) 선생이 한일합방 이후 나라를 잃은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덕림산에 은둔해 초막을 짓고 지역 영재들을 모아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던 곳이다.
김 이장을 비롯해 많은 마을주민들의 어린시절 일제가 초등학교를 만들기 전에는 서당을 다니며 공부했다고 한다. 마을주민들은 당시 서당이었던 <덕림정사>에서 경로효친사상과 한문을 익혔다. 한 어르신은 “어린 아이들이 조금 크면 업고 서당을 다니곤 했다”고 회상했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마을주민들은 월암2리가 전라북도와 닿아 있어 정책이나 도로시설 등 두 지역의 행정을 언제라도 비교할 수 있다고 한다.
김 이장은 “전라북도에 속하는 바로 옆 마을에는 군내버스도 우리 마을보다 훨씬 일찍 생겼다”며 “우리 영광에는 원자력발전소가 있는데도 항상 전라북도 행정보다 한발자국씩 뒤진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또 “홍농에서 법성까지 2차선 도로인데 혹시나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마을주민들 다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 없다”며 “올해도 군수와의 대화 때 4차선 도로를 착공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말로만 하지 말고 이번에는 꼭 공사가 시작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우리 이장은 털신 하나 사주면 세배는 더 보태서 줄 사람이여.”
이장이 잘하는 것이라고는 술 잘먹는 것 밖에 없다며 웃었던 마을주민들의 김 이장에 대한 일치된 평가다.
김 이장은 평소 마을주민들을 잘 챙기고 마을에 손해를 끼치는 일없이 깨끗하게 마을 살림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5년째 이장직을 맡고 있는 김 이장은 마을의 살림꾼이자 주민들의 다정한 친구이다. 김 이장은 “주어진 임무를 자리에 맞게 일하는 것 외에 더 있겠냐”며 언제나 마을을 위해 일할 것을 다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김태연 이장과 같이 슬픈 일도 기쁜 일도 함께 나누는 유쾌한 친구를 둔 월암2리의 마을주민들이 부러워진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