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게 농한기 마지막 여유를 누리는 어르신 쉼터

신두암경로당<법성면>

2013-03-07     영광21

법성포초등학교 앞을 지나 넓은 들판 사이에 난 생목로를 따라 계속 가자면 화천2리의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을 따라 큰길로 조금 들어가면 왼쪽으로 화천2리 경로당이라고 쓰인 건물이 하나 보인다. 이곳이 바로 신두암경로당(회장 노종영 사진)이다.

신두암경로당은 1997년 마을에서 땅을 마련하고 군에서 건축비를 지원받아 건립됐다. 건물안에 필요한 물품들은 회원들이 내놓거나 향우들의 기증을 받았다. 어느 경로당이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노래방 기계도 총무를 맡고 있는 강성후(70) 어르신이 사비를 들여 마련했다.

신두암경로당은 법성면 화평2리의 신두암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는 이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일제시대에 고창군 공음면의 두암리 저수지 건설로 사람들이 이곳 화천2리로 강제이주되면서 고향을 잊지 못해 새로울 신新자를 붙여 신두암이라고 불고 있다.

노종영(76) 회장은 “일제시대때 일본인 천기가 둑을 막기 전까지 경로당이 있는 이 자리가 모두 바다였다”며 “둑을 만들어 땅이 생기고 여기저기서 외지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서 마을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신두암경로당은 40여명의 회원들에게 회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 군에서 지원받는 운영비며 난방비를 아껴서 사용하고 회원들이 먹는 음식은 각자 집에서 가져온다. 회원들은 또 자매결연을 맺은 한수원의 지원으로 차를 빌려 정기적으로 백수해안도에 있는 해수온천랜드로 목욕을 다녀오기도 한다.

이른 봄부터 농사가 시작돼 회원들이 겨울에 주로 경로당을 찾고 있다. 하지만 경로당 회의는 한달에 한번씩 빠지지 않고 열고 있다.

노 회장은 “뭐든지 회원들과 합의를 해서 운영해야 하니까 한달에 한번 회의를 열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며 “경로당 건물이 25평으로 넉넉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좁다”고 말했다.

어르신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굴비골농협이 진행한 노래교실의 졸업식을 마친 회원들이 하나둘 경로당으로 들어왔다.
한 어르신은 “노래 한번 시켜봅시다. 배운 것은 뭐든 풀어먹어야지”며 큰소리로 말했다. 여기에 노래교실 졸업생도 “노래 한번 해 볼까요?”라고 화답하며 웃음이 터져나왔다.

문을 나서는데 기어코 “떡 하나 먹고 가라”며 떡을 손에 쥐어 주며 문 앞까지 나와 배웅을 하는 신두암경로당 어르신들의 농사일을 시작하기 전 즐기고 있는 마지막 여가가 풍년농사의 기운이 되길 바래본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