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千金의 가치를 통찰한 명언들

■ <사기史記>의 고사성어로 통찰하는 삶의 지혜 ⑧ - 중국인의 과장법

2013-04-25     영광21

중국인들의 과장, 속된 말로 ‘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개는 이런 과장을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부러워하는 속내가 묻어난다. 중국인의 과장은 단적으로 말해 그 땅 크기만 봐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960만㎢의 권역, 남한의 90배 이상이다.

동서로 길이 약 6,000㎞, 남북으로도 그 비슷하다. 시차만 4시간이 난다.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실감이 잘 안나는 규모다.

중국인의 과장 타의 추종 불허
중국인은 연인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영원히 사랑해’와 같은 추상적인 과장보다는 ‘당신을 1만년 동안 사랑해’처럼 구체적인 과장을 즐겨 쓴다. 고사성어에도 이런 과장은 흔히 발견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마천이 친구 임안에게 쓴 편지에서 말한 ‘구우일모九牛一毛’이다. 아주 하찮은 것을 비유하는 성어인데 ‘소 아홉마리에서 털 하나’이니 얼마나 보잘 것 없고 하찮은가?

이밖에도 <사기>를 비롯한 고전 기록에는 과장법을 동원한 고사성어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런 고사성어만 잘 이해해도 중국인 특유의 기질과 개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사기>를 비롯한 고전에 보이는 천금과 관련된 고사성어를 몇개 살펴보고 그 의미를 짚어보자.

보은의 가치를 전하는 표모반신
‘천금’을 현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어마어마한 액수임에는 틀림없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uncountable 정도가 될 것 같다.

<사기>에서 천금이 들어가는 고사성어를 꼽으라면 명장 한신이 젊은 날 별 하는 일없이 떠돌다 배가 고파서 빨래하는 아낙에게 한달 가량 밥을 얻어먹은 뒤 훗날 금의환향해 천금으로 은혜를 갚았다는 ‘일반천금一飯千金’이 될 것 같다. ‘밥 한번 얻어먹은 값이 천금’이란 뜻이며 ‘밥 한번 얻어먹고 천금으로 갚았다’고 해석한다.

‘빨래하는 아낙이 한신에게 밥을 주었다’는 고사는 ‘표모반신漂母飯信’이란 성어로 남아 있다. 어려울 때 남을 돕는 마음과 은혜를 입었으면 갚으라는 보은의 가치개념을 전하는 좋은 고사성어이다.

진시황의 생부로 알려진 여불위는 조나라에 인질로 잡혀 와서 형편없는 대접을 받고 있던 진나라의 공자 자초子楚를 ‘차지해 두면 값이 오를 귀한 물건’(기화가거奇貨可居)이라 판단해 그에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끝내는 왕위에 오르게 만들었다.

<여씨춘추> 글자 한자값은 천금
여불위는 재상이 돼 왕을 능가하는 권력을 누렸다. 여불위는 자신의 문화적 소양을 과시하기 위해 문객들을 총동원해 <여씨춘추>라는 백과전서를 편찬해 세상에 내놓았는데 저자거리에 방을 내걸길 ‘이 책의 내용을 한자라도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천금을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여기서 ‘일자천금一字千金’이란 유명한 고사성어가 탄생한다.

자신이 주도해 편찬한 책의 글자 하나 값을 천금으로 매긴 것이다. 여불위의 자부심이기도 하고 오만함이기도 했다.

<계포난포열전>을 보면 한나라 초기 강직하고 의협심이 넘쳤던 계포라는 인물이 눈길을 끈다. 그는 초한 쟁패때 항우의 부하로 있으면서 유방을 여러차례 궁지로 몰았다. 말하자면 유방의 천적과 같은 존재였다.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다시 통일한 유방은 무려 천금을 현상금으로 걸고 계포에 대한 수배령을 내렸다. 계포의 인품을 잘 알던 주변 사람들의 주선으로 계포는 사면을 받고 유방을 위해 나머지 인생을 바쳤다.

사마천은 이런 계포의 성격과 인품을 ‘일낙백금一諾百金’이란 말로 개괄했는데 ‘백금을 얻느니 계포의 약속 한번 얻는 것이 더 값어치가 나간다’는 뜻이다.

천금보다 가치있는 신의와 약속
훗날 유방이 계포에게 걸었던 천금의 의미가 보태지면서 ‘일낙천금一諾千金’이란 고사성어를 파생시켰다. 한 사람의 약속과 신의가 천금보다 더 가치있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천금은 부자나 부잣집을 가리키기도 한다. <사마상여열전>과 <원앙조조열전>에 보면 ‘천금을 쌓아둔 부잣집 사람(자식)들은 집에서도 가장 자리에 앉지 않는다(천금지가千金之家, 좌불수당坐不垂堂)’는 조금은 아리송한 대목이 나온다.

행여나 집이 무너질까봐 몸조심을 한다는 의미다. ‘부자 몸조심’이다. 여기서 ‘천금지가千金之家’와 ‘천금지자千金之子’란 말이 나왔다.

사마천은 <화식열전>이란 명편에서 경제와 정치의 관계, 돈과 세태의 연관성 등을 깊게 통찰하고 있는데 그 중 ‘천금의 부잣집 자식은 저자거리에서 죽지 않는다’는 명언이 들어있다. ‘천금지자千金之子, 불사우시不死于市’가 그것이다.

이 대목은 마치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꼬집고 있는 것 같아 놀랍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천금의 가치가 얼마나 나갈까? 상대적일 것이다. 계포의 약속이 갖는 값어치와 여불위의 ‘일자천금’,
 천금을 쌓아둔 집과 그 자식들의 가치가 어찌 등가로 치부될 수 있겠는가? <사기>에 보이는 가치개념들은 이렇듯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로 하여금 깊은 사유를 자극한다.

김영수 센터장
영광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