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사기> 전문가 김영수 선생의 신간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신간안내 - <사기>속 고사성어로 중국의 역사, 중국인의 마음을 읽는다
하지만 누가, 언제 읽든 한때는 구성이 복잡해 읽고 있으면 어지러운 책이라는 난서亂書라 불렸고 지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라는 뜻에서 난서難書라고 불리는 <사기>가 국내 CEO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고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쉽게 읽는 대중서로 입지를 굳힌 데에는 국내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기> 전문가 김영수 선생의 역할이 컸다.
<사기>라는 한정된 콘텐츠를 매번 다양하게 변주하고 재해석하는 그가 이번에는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생각연구소 간행)을 통해 고사성어라는 키워드로 <사기>를 새롭게 풀어냈다.
25년간 100차례 넘게 중국을 방문하며 오로지 사마천과 <사기>연구에 천착해 온 김영수 선생은 “고사성어만큼 중국인의 사유체계를 압축적이고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은 없다”고 말한다. 아주 긴 이야기를 단 두글자에서 열글자 이내로 압축 요약할 수 있다는 것이 한자의 특징이자 장점이며 중국 문화의 진수라는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전국시대 초나라의 시인이자 정치가, 외교관이던 굴원이 망해가는 조국의 비극을 차마 볼 수 없어 멱라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을 회석수자침멱라이사懷石遂自沈汨羅以死라고 묘사했다.
이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돌을 가슴에 품고는 마침내 멱라수에 스스로 가라앉아 죽었다는 뜻이다. 보통은 굴원이 멱라수에 몸을 던져 자결했다고 말하지만 사마천은 품을 ‘회懷’자와 스스로 ‘자自’자를 사용해 이 장면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굴원이 가슴에 품은 것은 돌이었지만 거기에는 온갖 착잡한 심경이 돌의 무게보다 훨씬 더 무겁게 압축돼 있었을 것이고 사마천은 던질 ‘투投’가 아닌 품을 ‘회懷’를 사용함으로써 자의自意와 타의他意의 경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그의 자결이 자포자기가 아닌 강렬한 저항이었음을 선연히 표현했던 것이다.
이처럼 고사성어는 몇 글자 안에 수많은 감정과 한 사람의 일생, 나아가 한 나라의 흥망까지 담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장치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고사는 뒤로 한 채 성어가 지닌 글자 자체의 의미와 해석에만 집중하며 성어가 담고 있는 풍부한 이야기를 소홀히 취급해왔다.
즉 온전한 고사성어가 아닌 반쪽짜리 고사성어를 접했던 것이다. 이런 고사성어 활용방식에 문제의식을 느껴온 저자는 그 성어가 나온 배경과 성어를 내뱉은 인물의 기질 등을 알아야 고사성어를 온전히 이해하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성어 뒤에 숨은 풍성하고도 흥미진진한 역사적 배경과 중국 고대국가의 흥망성쇠, 영웅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독자는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을 통해 <사기>에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역사를 읽으며 온전한 고사성어를 배우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펴낸 책으로는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 <사기의 리더십>, <사기의경영학>, <난세에 답하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현자들의 평생 공부법>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사기>의 입체적 완역서를 표방한 <완역사기본기>로 <사기>의 대중화 작업에 한 획을 긋고 있다.
지은이 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