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인간에 대한 평가
■ <사기史記>의 고사성어로 통찰하는 삶의 지혜 ⑬ - 편견과 오해
편견이란 ‘공정하지 못하고 한 쪽으로 치우친 사고나 견해’를 말한다.
어떤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에 대해 충분한 지식이나 경험을 갖기 전에 형성된 말하자면 나쁜 감정, 부정적인 평가, 적대적인 언동을 아우르고 있다. 요컨대 편견은 부정적인 감정이다.
한편 오해란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앎’이란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정확한 지적은 아니지만 대체로 오해가 개인적 차원이라면 편견은 다분히 사회적 차원에 놓여 있다.
편견의 형성은 잘못된 지식이나 교육 및 주변 환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해가 편견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오해를 풀지 않거나 풀지 못한 상태에서 오해의 대상에 대한 또 다른 정보가 쌓일 경우 오해는 강화되고 결국 편견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사마천은 장량에 관한 전기를 마무리하면서 장량에 대한 자신의 오해를 털어 놓은 바 있다.
그러면서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도 사람을 잘못 본 것에 대해 반성을 한 적이 있다며 공자의 말씀을 인용하고 있다. 공자는 과연 사람에 대해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공자의 많은 제자들 중 가장 못 생긴 사람을 고르라면 담대멸명을 들 수 있다. 왜냐하면 공자가 대놓고 못 생겼다고 했기 때문이다.
공자의 제자들에 관한 기록인 <사기> ‘중니제자열전’에 보면 담대멸명의 외모는 아주 못 생겼다고 기록돼 있을 정도이다. 그런 담대멸명이 공자를 모시려고 하니까 공자는 그의 외모만 보고 재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의 언행을 보니 군자였다.
공자의 반성
한편 재여는 공자의 제자들 가운데서 말재주가 뛰어났다. 공자가 그의 말솜씨에 혹해 그를 뛰어난 재목이라 판단했으나 영 그게 아니어서 아예 재여를 포기해 버렸다.
이런 실수 때문에 공자는 “내가 말로 사람을 취했다가 재여한테 실수했고 용모를 보고 사람을 취했다가 자우(담대멸명의 자)한테 실수했다”라고 자기 반성한 바 있다.
이런 경험 때문에 공자는 “전에는 사람을 대할 때 그 말을 듣고 행동까지 믿었는데 이제는 사람을 대할 대 그 말을 듣고 또 그 행동까지 지켜본다. 재여 때문에 이렇게 고쳤다”라고 고백할 정도였다.
공자처럼 지혜로운 사람도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은 겉으로는 보이는 외모나 겉으로 표출되는 언어가 갖는 위력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라
사마천은 공자와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앞서 잠깐 언급한 장량에 대한 사마천의 오해라 할 수 있는데 사마천은 장량의 모습에 대해 오해했다.
장량은 젊은 날 가산을 털어 창해 역사를 기용해 진시황의 암살하려다 실패해 수배자 신분으로 천하를 떠돌았다.
이런 전력 때문에 사마천은 장량이 당당한 풍채를 가진 우락부락한 남자일 것으로 생각했다.
사마천은 유후 장량의 사당을 직접 탐방하고서야 장량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장량의 사당에 걸린 미녀같이 생긴 장량의 초상화를 보고는 문득 공자의 이 말씀을 떠올린 것이다.
오해와 편견은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요인들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너무 소모하고 있는 현실이다.
통치자가 사람을 기용하는 일부터 시작해 지역갈등, 나아가 과거사에 대한 역사적 평가까지 오해와 편견으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송나라 때 문인 소순은 ‘논복심지신論腹心之臣’란 글에서 “백인예지불가밀百人譽之不可密, 백인훼지불가소百人毁之不可疏”라 했다. ‘백 사람이 칭찬하더라도 지나치게 가까워지려 해서는 안되고 백 사람이 비방하더라도 일부러 멀어지려 해서는 안된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견지하라는 말이다.
“말하는 사람에게는 죄가 없다. 듣는 사람이 경계하면 그만이다. 새겨들을 것이 있으면 받아들여 고치면 되고 들을 만한 것이 없으면 더욱 노력하면 된다.”(모택동)
당 태종은 ‘금경金鏡’이란 글에서 “기지소위현己之所謂賢, 미필진선未必盡善 ; 중지소위훼衆之所謂毁, 미필전악未必全惡”이라고 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며 여러 사람이 다 나쁘다고 해서 완전히 나쁜 것은 아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진나라 때 사람 부현이 <부자傅子>에서 “말을 듣는 것보다는 일을 보는 것이 낫고, 일을 보는 것보다는 행동을 보는 것이 낫다”라고 한 말은 오해와 편견의 예방책으로제격이라 할 것이다.
김영수 센터장 / 영광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