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연인끼리 호흡하며 순천만으로 습지여행
빛의서문으로 들어가면 그림처럼 펼쳐지는 박람회장의 모습에 가슴이 뛴다. 완벽한 낭만을 위한 첫걸음은 순천만 국제습지센터다. 순천만에 가기에 앞서 순천만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다. 시간을 두고 센터 곳곳을 자세히 살펴보면 좋겠다.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순천만 국제습지센터 지붕에 조성된 하늘정원은 수목원 구역이 한눈에 들어오고 곧 이동할 순천만 인공습지도 조망할 수 있다. 하늘을 향해 열린 친환경 정원에서 봄바람을 맞이하며 주변을 둘러보자. 많은 사람들이 정원을 거니는 모습에 덩달아 즐거워질 것이다.
순천만 국제습지센터에 작은 동물원도 있다. 여기에는 세이셀공화국에서 온 알다브라 육지거북과 순천의 토착동물을 비롯 수달, 거북이, 오소리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로 요즘 가까이서 보기 드문 것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야생동물이긴 하지만 사람의 삶과 다른, 낯선 삶을 살아가는 생명을 바라보는 것도 새로운 기쁨이다. 안내문에는 동물들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어 물새놀이터로 간다. 물새놀이터에 서면 물 위를 헤엄치거나 물가에서 생활하는 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평화롭고 아름답게 노니는 홍학을 바라보면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조금 우스워 보이기도 한다.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살고 있는지, 오히려 바쁘게 살아 소중한 무엇을 놓치거나 잃어가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홍학은 열대성 조류다. 우리나라의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홍학을 여기서 볼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기쁨이다. 홍학의 아름다운 자태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도 행복이다.
굳이 홍학의 전신을 모두 담아내려 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과감한 클로즈업으로 홍학의 특징적인 부문을 촬영하는 것이 좋은 사진을 얻는 방법이다. 운이 좋으면 머리를 맞댄 두 마리의 홍학이 하트 모양을 연출하는 사랑스런 모습도 담을 수 있다.
수생식물이 살고 있는 곳은 물의 깊이와 관련이 있다. 땅과 가까운 기슭에는 갈대 같은 정수식물이 산다. 물의 깊어지는 정도에 따라 부엽식물, 부유식물, 침수식물 순서대로 사는 것이다. 같은 종류의 수생식물이 모여있는 곳은 물의 깊이가 거의 같을 것이다. 수생식물을 알면 거꾸로 물의 깊이를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다음 코스는 순천만이다. 이국적인 풍경이나 화려한 경관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순천만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생명의 경외를 지닌 땅이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진실을 담고 있다.
여기서는 잠시 말을 아껴도 좋다. 마주 잡은 손에서 전해지는 서로의 떨림으로 충분히 진심이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랑으로 나눌 수 있는 것도 많다. 슬픔과 괴로움, 기쁨과 즐거움, 그 결집의 시간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나눈다.
8,000년 전에 태어난 순천만. 그 태고의 시간을 두고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나누는 것도 오래도록 기억될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