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구별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에서 시작

■ 사마천의 <사기>의 명구를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17- 공과 사

2013-06-27     영광21

최근 연일 터져 나오는 국가기관과 공직자들의 부정한 행위의 원인을 파고들면 예외없이 개인이나 패거리의 사사로운 욕심과 만나게 된다.
이는 우리의 공직자들의 공사구별에 심각한 이상이 생겼음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공직자들이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를 모르는데서 비롯되는데 옛 현자들은 이런 문제의 근원을 가정과 교육에서 찾고 있다.

<성리대전性理大全>(학구學九, 교인敎人)을 보면 “사람을 가르치려면 반드시 부끄러움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부끄러움이 없으면 못할 짓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언행이 남과 사회에 피해를 주는 것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만 그릇된 언행을 일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참으로 옳은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에서 계시를 받은 청나라 때의 학자 고염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청렴하지 않으면 안받는 것이 없고(불렴즉무소불취不廉則無所不取)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못할 짓이 없다(불치즉무소불위不恥則無所不爲)”고 했다. 지금 우리의 정치가와 고위 공직자들이 딱 이렇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하는 명구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 때 정치가이자 문장가였던 가의는 “나라가 있음으로 집을 잊고 공적인 일이 있음으로 사적인 것을 잊는 것이다(국이망가國而忘家, 공이망사公而忘私)”라고 했다. 모두가 공사 구별의 기본을 지적한 말이다.

사마천의 공사관
사마천은 <사기> 곳곳에서 공사 구별이 나라의 안위와 직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시대 조나라의 실권자 평원군 조승의 집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평범한 세금 징수관에 지나지 않던 조사는 관련자 아홉을 잡아들여 법대로 처형했다. 평원군은 몹시 노하여 조사를 잡아 죽이려 했다. 이에 조사는 평원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는 당신 집을 그대로 두면 법이 손상됩니다. (중략)귀한 몸인 당신께서 공적인 일을 법처럼 받들면 위아래 모두가 평안해지고 위아래가 평안하면 나라가 강해지고 나라가 강해지면 조나라는 튼튼해 집니다.”
조사는 평원군에게 ‘봉공여법奉公如法’을 강조했고 평원군은 자신의 잘못을 싹싹하게 인정하는 것은 물론 조사를 요직으로 추천했다.

조사는 평원군을 향해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면 법이 손상되고 법이 손상되면 나라가 약해져 결국은 망할 텐데 그 때도 부귀를 누릴 수 있겠냐고 반문하면서 ‘봉공여법’을 강조했다.

사마천의 공사관은 이처럼 대단히 엄격했다. 인상여의 입을 빌려서는 “국가의 급한 일이 먼저이고 사사로운 원한은 나중이다(선국가지급이후사구先國家之急而後私仇)”라고 했고 <한장유열전>에서는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서 사사로움으로 공적인 일을 어지럽혀서는 결코 안된다(치천하종불이사난공治天下終不以私亂公)”고 경고했다.

명장 악비의 고언
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는 예로부터 그랬던 현상이다. 개혁가 상앙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진단했다.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부터 법을 어기기 때문이다!”(법지불행자상범야法之不行自上犯也)
공직자와 정치가들의 도덕성이 추락한 지 오래다. 나라의 미래가 밝지 않은 것도 윗물들이 형편없이 흐리기 때문이다.

송나라 시대 구국의 영웅이었던 명장 악비는 천하가 언제 어떻게 하면 평안해지겠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송사> ‘악비전’)
“문신은 돈을 사랑하지 않고 무신은 죽음을 아끼지 않으면 천하는 태평해질 것이다!”(문신불애전文臣不愛錢, 무신불석사武臣不惜死, 천하태평의天下太平矣)
진나라 때 사람 유송이 무제에게 올린 글에 보면 “공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정치의 기본이요 사욕을 심는 것은 혼란의 근원이다(진공자盡公者, 정지본야政之本也 ; 수사자樹私者, 난지원야亂之源也)”라는 대목이 나온다.

청렴의 대명사 판관 포청천은 부패한 관리를 기용하지 말 것을 부탁하는 글에서 “청렴은 백성의 표본이요 탐욕은 백성의 도적이다”라고 했다. 공사를 가르는 기준을 탐욕으로 본 것이다.
사마천이든 악비든 의식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모두 사리사욕을 버리고 공사를 확실하게 가릴 줄 아는 기본기를 주문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것이 나라의 존망과 직결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수 센터장
영광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