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처럼 시원하고 전망이 좋은 곳이 또 있나요?”
반암경로당<백수읍>
2013-07-05 영광21
지난 겨울 눈이 많이 오는 바람에 마을입구까지 왔다 다시 돌아갔던 곳이라 처음 만난 반암경로당(회장 김용석 사진) 어르신들이 더욱 반갑다.
마을길보다 조금 높은 곳에 자리한 반암경로당에서는 백수의 넓은 평야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경로당옆 시정에서는 느티나무를 그늘삼아 어르신들의 화투놀이가 한창이다. 어르신들에게 화투는 몇사람만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두팀으로 나눠서 다함께 즐기는 놀이다.
반암경로당은 1990년대에 건축돼 오래된 전통을 자랑한다. 그러나 경로당 건축년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해 어르신들은 서로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나 시정을 위해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는 느티나무가 경로당보다 더 오랜 시간을 지나왔다는 데에는 모두 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어르신은 “내가 시집올 때쯤에도 있었으니 40년도 훨씬 더 됐다”고 소개한다.
시정 덕분에 백암경로당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시원한 여름을 지낸다. 햇빛이 바로 들어와 잠깐 피신해야 할 때도 있지만 “영광에서 이곳처럼 시원하고 전망 좋은 곳이 없을 것이다”고 자랑한다.
반암경로당은 모두 21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하고 있다. 반암마을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로당이다 보니 회원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다른 마을에서 어르신들이 놀러오기도 해 북적북적 하다고.
회원수가 많지 않다보니 회원 모두가 한 가족처럼 정답게 지낸다. 한 어르신이 ‘장대’를냄비에 요리해 오자 회원들은 빙 둘러앉아 이를 안주삼아 술잔을 나눴다. 이윽고 한 어르신이 고무대야에 산에서 막 따온 파리똥이라고 불리는 보리수 열매를 가득 담아와 간식거리가 되기도 했다.
박재균(68) 총무는 경로당 뒤편에 자리한 산을 가리키며 “산에서 산딸기도 따먹고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마련하기도 한다”며 “저기 뒤에 집을 짓고 살면 저 산이 앞산이고 앞에 집을 지으면 뒷산이 아니겠냐”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불편함을 장점으로 극복하며 즐겁게 사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