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에 부치는 글
데스크칼럼
2002-12-13 영광21
대통령이란 자리는 개인의 이익을 떠나서 자국민들의 권익을 우선 보호할 수 있는 굳은 심지가 있는 사람이라야만 그 자리에 설 자격이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내란죄 또는 외환죄(外患罪)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 특권을 누릴 뿐만 아니라, 국가원수 또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한다. 반면에 대통령은 국가의 헌법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헌법준수의 의무, 영업활동의 금지, 겸직 금지, 청렴 등은 대표적인 의무로 들 수 있다.
이렇게 막대한 권한을 가졌으면서도 작은 의무를 가진 대통령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강한 대통령 중심제가 나라의 근간인 국가에서는 이러한 제도의 파행성으로 대부분 몸살을 앓아왔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인 척했던 문민정부도, 국민의 정부라고 자처한 노벨평화상 정부도 국민이 원하는 자주국가의 모습을 보여주질 못하고 있다. 최근에 보여준 여중생 사망사건만을 보더라도 그렇다. 온 국민의 힘을 뒤에 업은 한 나라의 원수가 스스로 상대국의 원수에게 보여주었어야 할 자주국가의 떳떳한 모습보다는 다만 가해자인 미국의 변호사처럼 행동한 것만 보아도 통탄할 일이다.
촛불행진이며 단식투쟁으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었기에 전체 국민은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에게서는 상식적인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을 했을 것이고, 그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도 뭔가 비장의 무기가 있으려니 하고 생각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무죄 평결을 보면서 당연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정부와 대통령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해자인 미군들을 옹호하는 쪽으로 재판의 결과가 방향을 잡았을 때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아파했다.
얼마 전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우리 축구팀의 감독이 우리의 대통령이 보여줬던 모습보다는 훨씬 아름답고 강한 모습을 국민 모두에게 보여줬다. 그가 취한 제스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갖게 한 것이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희망을 갖게 했는데 정작 우리에게 희망을 갖게 해야 할 정치는 우리에게 혐오감만 심어주었으니 참으로 한심할 일이다.
게다가 보수 수구세력의 대명사인 모정당의 대표라는 사람은 갑자기 국민적인 반항이 드세게 일어나자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자신이 국민을 대표해서 미국에 우리의 불만을 항의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시류에 편승하는 현실이 또한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세계의 경찰국가라고 자처하는 미국을 보면서 우리의 대통령은 만만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더욱 가슴에 자리를 잡는다. 힘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와 같은 작은 나라는 우습게 볼 수도 있겠지만 작은 나라를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는 까닭은 영토가 작고 국력이 작다고 해서 그들보다 우리가 작은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그들보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25배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사람이 누구이든지 이런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라고 주문하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당당하게 주장할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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