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나는 사람과 지금의 일에 최선 다 한다”

김선미<불갑모악보건진료소장>

2013-07-25     영광21

불갑테마공원을 지나 불갑산을 향해 가다보면 왼쪽으로 보이는 불갑모악보건진료소. 진료소앞마당의 넓은 시정에는 어르신들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진료소 안으로 들어서자 마침 진료를 마친 김선미(53) 소장이 반갑게 맞는다.

김 소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진료를 받은 한 어르신은 김 소장의 칭찬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김 소장이 다른 곳으로 발령가게 된다면 쫓아가서라도 찾아 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 소장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났다. 김선미 소장은 조선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대마의 보건진료소에서 첫 근무를 시작해 84년부터 30여년간 보건진료원으로 영광지역 보건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소장은 단순한 의료행위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외로운 어르신들을 위한 친구이자 자녀 역할까지 해 왔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김 소장에게 때로는 고부갈등을 털어놓기도 하고 조언을 구한다.

김 소장은 “지역주민들과 어르신들이 다 저를 가족처럼 친딸 같이 생각해 여러 고민거리를 풀어 놓는다”며 “그래서 보다 전문적으로 상담하기 위해 비행청소년 상담, 가정폭력 상담 등 상담사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말한다.

진료소에서 혼자 근무하다보니 어려운 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증상을 이야기하면 약을 처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할머니는 무슨 약을 먹는지’, ‘어떤 질환을 갖고 있는지’ 등을 항상 챙겨야 하고 자녀들의 연락처까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김 소장은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생활하며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김 소장은 “이 일을 하면서 내가 도움을 주는 것보다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2005년에는 유한재단에서 시상하는 유재라봉사상을 보건진료원 최초로 받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고 지역주민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지난해에는 암이 발견돼 항암치료를 받으며 오히려 자신이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그녀. 항암치료를 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많은 지역주민들이 치료해 줬다.
김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 딸도 그 병을 앓았는데 완쾌됐다’고 격려해 주기도 하고 몸에 좋다는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했다”며 “거꾸로 내가 도움을 받으면서 정말 감사했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새기게 됐다”고 말한다. 지역주민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그녀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졌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가장 가까이에서 말벗이 되고 때론 선생님이 돼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김선미 소장은 “오늘 만나는 사람과 지금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하는 하루이고 싶다”고 전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