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智 용勇 인仁 강强

■ 사마천의 <사기>의 명구를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22 - 백규와 경영의 예술

2013-08-01     영광21

이미 살펴 본 바와 같이 치생治生의 원조 백규는 상덕商德을 갖춘 훌륭한 경영인이었다. 그는 또 확고한 경영이론을 겸비한 경제 이론가 내지 경제 사상가의 면모까지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경영 노하우를 함부로 가르쳐주지 않겠다면서 자신의 경영이론을 배우려는 사람은 다음 네가지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백규는 이렇게 말한다.

“나와 더불어 임기응변할 지혜가 없고 결단을 내릴 용기가 없고 적절하게 주고받을 줄 아는 인덕이 없고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강단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내 경영법을 배우려 해도 결코 가르쳐 주지 않는다.”

백규의 경영 철학과 자질론
백규는 진정한 경영인의 자질로 수시로 변하는 경제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智’, 사고 파는 시기를 비롯해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용勇’, 무조건 독차지하려는 탐욕이 아닌 적절하게 주고받는 ‘인仁’, 자기 사업을 지켜내려는 ‘강强’이라는 네가지를 제시한 것이다.

백규의 이 같은 경영자 자질론은 오늘날 봐도 대단히 참신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백규는 그러면서 자신은 사업경영을 이윤伊尹과 여상呂尙이 정책을 수립하듯, 손자孫子와 오기吳起가 근대를 부리듯 상앙이 법을 시행하듯 한다고 했다. 이윤은 하나라를 멸망시키고 상나라를 건국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참모였고 여상은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건국하는데 1등 공신이었다.

모두 왕의 책사로서 국가전략을 수립했던 최고 인재들이었다. 손자와 오기는 너무 유명한 병법가들이고 상앙은 엄격한 법 집행으로 낙후됐던 진나라를 강하게 만든 최고 개혁가였다. 백규는 경영자로서 자신을 이들과 같은 반열에 올릴 정도로 자신감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백규 경영의 핵심
경영자의 자질론에서 백규는 상덕을 끌어내고 있다. 이 점은 전 회에서 검토한 바 있다. 백규는 상덕을 강조했고 그 자신이 그 덕목을 지키고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말하자면 경영의 정도를 제시한 것이다.

그는 비정상적이거나 변칙적인 경영법을 일체 채용하지 않고도 사업에서 크게 성공을 거뒀다. 그렇다면 백규 성공의 핵심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또 타이밍이란 말도 있다. 백규 경영의 핵심은 바로 타이밍에 있었다. 다만 그의 타이밍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타이밍과는 경지가 달랐다.
그는 남들이 돌아보지 않고 버릴 때 사들였고 남들이 사들일 때 팔았다.

사마천은 이를 두고 ‘시기의 변화에 따른 물가 변동을 잘 살폈다’고 논평했다. 시기 변화 즉 타이밍을 잘 맞췄다는 것인데 백규의 타임밍은 예측성 타이밍이었던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전망인데 단기성 전망이 아닌 장기적 전망이었다.

그는 단순히 상품의 가격 등락만 파악하고 전망한 것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작황의 상황 변화와 그 변화에 영향을 준 기후변화까지 면밀히 파악해 풍년과 흉년, 가뭄과 홍수의 주기를 읽어냈다.
이러한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타이밍 파악이 끝나면 백규는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는데 그 행동이 마치 ‘사나운 짐승이나 새가 먹이를 보고 달려들 듯’ 했다고 한다. 이는 백규 자신이 말한 용勇에 해당한다.

중국인들이 백규를 치생의 원조로 받드는 까닭도 상황에 변화에 근거한 정확한 예측과 타이밍을 경영의 핵심으로 삼아 실천하고 성공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때를 놓치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경영은 특히 더 하다. 다른 일들은 치명적인 것이 아니라면 시간이 좀 걸리고 힘이 좀 더 들더라도 만회가 가능하지만 경제는 때를 놓치면 만회가 대단히 힘들거나 불가능하다. 백규가 타이밍을 가장 중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그가 말한 네가지 덕목도 궁극적으로는 정확한 예측에 따른 절묘한 타이밍을 위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백규의 경영은 타이밍의 예술이란 경지에까지 올라 있다고 할 수 있다.
왕왕 경영을 예술에 비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원조의 영예 또한 백규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