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정책에 더욱 관심과 노력 기울여야지”

심향당경로당<군남면>

2013-08-08     영광21

“7월31일이 우리 경로당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니 그날 오십시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가 멈춘 뒤의 비릿한 풀냄새를 맡으며 도착한 군남면 대덕리 옛 대창초등학교 바로 옆으로 자리한 심향당경로당(회장 지병균). 경로당 건물에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창심향당노인정’이라고 적힌 현판이 눈에 띈다.

지병균(81) 회장이 일부러 말일에 맞춰 방문할 것을 요청한 것은 한달에 3차례씩 정기적인 모임을 열기 때문이다. 정기모임은 10일, 20일 그리고 말일. 10일마다 한번 꼴로 모이지만 특히 매월 말일은 회원 모두가 모이는 날이다.

심향당경로당은 1998년 건립돼 용암리, 남창리, 대덕리 등 3개 마을의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경로당은 지금처럼 마을마다 경로당이 없던 시절에 대창초등학교 학군의 마을 노인들이 이용하던 곳이다. 하지만 현재는 해년마다 회원 수가 줄어 15명만이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남자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경로당이다.

김종남(76) 총무는 “회원 대다수가 80세가 넘고 거동이 불편해 경로당에 찾아오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 회원 수도 점점 줄어들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한때는 초등학교가 있을 정도로 마을도 크고 경로당도 사람들로 붐볐지만 강산이 2번 바뀌는 동안 심향당경로당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대창초등학교가 군남초 분교장으로 통폐합됐다가 끝내 폐교되면서 마을도 적막해졌다.

한 어르신은 “요즘은 각 마을마다 경로당이 있지만 20여년전에는 인근마을의 노인들의 유일한 쉼터로 북적북적했다”고 회상한다.
또 다른 어르신은 “대창초등학교는 우리가 어린시절 책보에 돌이며 모래를 가져다 날라 지은 학교로 애착이 컸다”며 “우리가 직접 지은 학교가 없어지니 서운한 마음이 무척 컸다”고 말했다.

일제시대때 초가집에 불과했던 학교를 번듯하게 일으켰던 고사리 손들은 지금은 역사의 산 증인이 돼 세월을 무상함을 이야기했다. 또 어느새 세상의 한 구석으로 밀려나 소외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지 회장은 “나라에서 무절제한 토건사업에 어마어마한 자본을 쏟아 붓는데 이보다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에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며 “우리들 같은 노인들이 살면 얼마나 살겠냐”고 한탄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사회의 이슈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심향당경로당 어르신들의 진지함이 묻어난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