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이 따신디 도란도란 밥도 먹고 좋지!”

한시랑경로당<백수읍>

2013-09-12     영광21

“저기 벽에 보면 우리 마을의 전경사진이 걸려있어요. 한번 보세요. 멋지죠?”
영광읍에서 자동차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백수읍 구수2리에 위치한 한시랑경로당(회장 전재영 사진).
경로당에 도착하자마자 반기는 사람들 가운데 김일만 이장은 마을자랑을 멈출 줄 모른다. 이곳이 영광지역의 대표 친환경쌀 브랜드인 <사계절이 사는 집>의 쌀이 생산되는 주산지다.



한시랑경로당은 한빛원전으로부터 반경 5㎞이내에 위치한 지역으로 경로당 한쪽엔 방사능 보호물품도 구비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회원은 60여명으로 마을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회원수는 꽤 많은 편으로 대다수가 벼농사를 짓는다. 1998년에 건립된 경로당의 건물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전재영(78) 회장은 “시랑 벼슬을 한 청주한씨가 이곳으로 귀향을 오면서 한시랑마을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유래를 설명한다.
지금도 마을 한쪽에는 간척이 되기 전부터 있었다는 청주한씨 유적이 있기도 하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지금은 후손들이 제대로 관리를 못해 유적지 주변으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편 한시랑마을은 굴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고려시대 왕실의 외척가문으로 대단한 권세를 휘둘렀던 이자겸이 한시랑마을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처음 굴비를 먹고 칠산바다에서 잡아 소금에 절인 조기를 임금에게 진상하며 비굴하게 자기의 잘못을 용서 받기위한 아부가 아니라는 의미로 굴비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한 회원은 “여기 경로당에 오면 방도 따뜻하고 도란거리며 배따시게 밥도 먹을 수 있는데 다들 경로당에 오지, 집에 있겠느냐”며 “건물이 오래되긴 했지만 경로당이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다.
전 회장도 “겨울철에는 각자 집에서 있는 것보다 63여명이 2만원어치 난방을 하면 따뜻하게 보낼 수 있어 정말 좋다”며 “날이 추워지면 경로당 이방 저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데 요즘은 고추 수확철이라 한산하다”고 아쉬워했다.

전 회장은 “우리 마을은 백수해안도로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 친환경단지 둘레길에 유채꽃이나 상사화를 식재해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마을주민들도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고 제주도처럼 꽃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 되도록 행정기관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