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입구까지 버스가 들어오는 것이 우리 주민들의 바람”

206 - 법성면 입암리 최남기 이장

2013-10-17     영광21

가을걷이로 가을냄새가 물씬 나는 풍경을 달려 도착한 법성면 입암리(이장 최남기).
최남기(69) 이장도 고구마 수확에 앞서 고구마줄기를 제거하다 서둘러 끝마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최 이장은 차남이지만 형님이 타지에서 생활해 평생을 부모님을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시골일이라곤 모르던 도시처녀와 결혼해 슬하에 2남2녀를 두기도 했다.

최 이장은 “마을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훨씬 오래 살아온 마을 어르신들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다”며 “우리 마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고 자랑한다.
입암리는 마을 뒤에 삿갓모양의 바위가 있어 입암이라 부르게 됐다. 65세대 1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며 대부분은 농사를 짓는다. 예전에는 바닷물이 마을 인근까지 들어오기도 해 실장어나 제첩 등이 많이 잡히기도 했다고.

최 이장은 “보릿고개 시절에는 겨울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가서 제첩을 마대자루 한 가득 잡아와서 삶아 먹고는 했다”며 “그래도 바다라도 있어서 다른 마을보다 배가 덜 고팠던 셈”이라고 회상한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마을의 역사가 오래돼서인지, 주민들의 입담이 좋아서인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도 참 재미있다.
마을 뒤 산 너머에는 바로 바다가 보이는데 바다를 보려면 ‘오빠깨비’라고 불리는 재를 넘어야 한다. 이 재가 오빠깨비라 불리게 된 데에는 동생과 오빠가 재를 넘는데 오빠가 물에 빠져 죽자 동생이 오빠를 애타게 불렀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고.

최 이장은 “우리 마을에는 마을의 액을 막기 위해 건립된 매향비가 있는데 전라남도에서 보기 힘든 것이라고 들었다”며 “희소가치가 있어서 최근에는 매향비를 보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최 이장은 “영광읍에서 마을 앞까지 들어오는 버스가 없어 하루에 2대만이라도 들어올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마을주민 모두의 바람이다”며 “어르신들이 젊을 때 고생을 많이 하기도 하고 연로하셔서 큰 길까지 걸어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버스정류장이 마을입구에서 2㎞에 이르는 먼 거리이기도 하고 여기에 손짐이라도 있으면 몇 번을 쉬어서 와야 한다고.
최 이장은 “지하차도가 좁아 올 수 없다고 했는데 관광버스도 지나다니니 다시 한번 검토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을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
올해로 3년째 이장직을 맡고 있는 최 이장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마을진입로 정비 등을 계획하고 있다. 진입로 옆으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 미관을 해치고 있어 여기에 예쁜 돌담을 쌓을 구상이다.
또 마을에 배수공사가 되지 않은 곳이 많아 여기에도 최 이장의 손길이 필요한 상태이다.

최 이장은 “마을이 워낙 낙후돼 할 일은 정말 많다”며 “임기동안에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일은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최 이장의 곁에는 조력자이자 지원군인 아내가 있어 더욱 든든하다. 마을의 현안에 대해 최 이장보다 먼저 나서서 똑 부러지게 말을 이어간다.
이장이 하나도 모자라 둘이나 있는 것과 다름없는 입암리 주민들은 든든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