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 ‘인내’로 이겨야지요”
옥당골칭찬릴레이 - 이정원 / 영광읍
2004-11-05 박은정
그래도 할머니 품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1남3녀의 외아들이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농사일이라고는 전혀 해보지 않던 그였지만 논농사와 수박 대파 무 등의 밭농사를 지으며 일찍 부모를 잃어 행하지 못했던 효도까지 시부모에게 다했다.
이 씨는 “부모를 일찍 여의기는 했지만 그다지 어려움은 모르고 살았다”며 “결혼 후 많
은 생활의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며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지나온 삶을 뒤돌아봤다.
이 씨를 늘 안쓰럽게 생각하며 아껴주던 시아버지는 12년 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그 무렵부터 약간씩 치매증세가 보이던 지금 97세의 시어머니는 5년 전부터 치매가 심해져 거동이 불편해지고 신변처리를 못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을 시켜드리며 좋은 음식으로 정성껏 시어머니를 봉양하고 있다.
마을에서도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들을 자주 찾아가 보살피며 음식을 나누고 청소와 세탁 등을 도우며 선행을 실천해 마을 주민들이 그를 크게 칭송하고 있다. 이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해서 지금껏 살아온 대마 화평리 학동마을에서 거주했다. 그러다 치매가 심해진 시어머니가 밖으로 자꾸 나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 통제가 안되고 맞벌이를 하는 아들내외의 손녀를 돌보기 위해 몇달전 영광으로 이사를 나왔다.
“어머니 때문에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요즘은 손녀들의 재롱에 모든 피로를 잊고 산다”
는 이 씨. 그는 “세상이 힘들다고 비관하다 보면 끝이 없는 것이고 시어머니, 손녀 둘 그렇게 아이 셋을 기른다고 생각하며 현실에 수긍하며 산다”며 크게 웃는 모습이 삶이란 마음먹기 나름이란 생각을 전해줬다.
그렇다. 인생이란 어떻게 채울것인가가 아닌 얼마나 값진 정과 여유로 채워가는가가 것이 더 중요하다. 이정원씨는 겪어온 세월이 그리 순탄하고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인내하며 오히려 주변을 아름답게 메워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