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골짜기마다 다른 소리가 나서 팔음경로당”
연암리팔음경로당<묘량면>
2013-10-17 영광21
산 바로 아래 자리한 시골마을에는 추운 계절이 빨리 왔나보다. 묘량면 연암리에 위치한 팔음경로당(회장 김옥순 사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어르신들은 벌써부터 전기장판을 뜨끈하게 지펴놓았다.
“바닥은 차가운께 얼른얼른 여기 위에 올라와서 앉아~”
처음 보는 얼굴에도 마치 오랜만에 손자를 만난 것처럼 살갑게 맞는 팔음경로당 어르신들. 한 어르신은 “우리 마을주변으로 산이 8개 봉우리가 있는데 그 골짜기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고 해서 팔음마을이다”고 소개한다.
팔음경로당은 광주로 가는 길의 밀재터널 바로 밑에 자리한 어르신들의 사랑방이다. 지난 2002년 영광군에서 건축비를 지원받아 이 부지에 건립됐다. 경로당에 들어서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마을주민들의 희사물품들이 기록된 칠판이 보인다. 여기에는 바둑판부터 이불과 베개까지 자질구레한 것들도 빠트리지 않고 적어놓아 인상깊다.
김옥순(80) 회장은 “여기가 영광에서 광주로 가려면 마지막 동네이기도 한디, 광주에서 오자면 영광의 첫번째 동네이기도 하다”며 “밀재터널이 생기면서 앞에는 길로 막히고 뒤에는 산으로 막혀 동네에 빈집도 많고 짜그러지는 등 회원수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
팔음경로당 회원은 15명으로 여자어르신이 거의 대부분이다. 마을에 남자어르신이 1~2명밖에 없는 탓이기도 하다. 그마저도 이날은 영광5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외출한 사람이 많아 더욱 사람이 없다고 아쉬움을 전한다.
별다른 오락거리는 없지만 빙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TV를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후딱 간다. 그러나 회원수가 적어서 다른 경로당처럼 건강교실 등의 프로그램이 지원되지 않는 것은 아쉽기도 하다.
한 어르신은 “요가나 노래 같은 것도 있고 춤도 추고 그런 것이 있다는데 우리 경로당에는 회원수가 적어서 그런가 한번도 오질 않아~”라며 서운함을 나타낸다.
경로당 어르신들의 또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방역차가 마을 안까지 방역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방역차가 와도 입구만 겨우 하고 가는데 제발 모기 좀 없도록 꼼꼼히 방역을 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부족한 것 천지인 낙후된 마을의 경로당이지만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욕심부리지 않고 나름의 방법으로 재미있게 살고 있는 팔음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