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의 약점을 극복하라

■ 사마천의 <사기>의 명구를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32 - 인재가 알파요 오메가 ③

2013-10-25     영광21

역사상 과거의 원한이나 개인적 감정 때문에 인재를 해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오늘날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인성의 약점을 극복하고 상황이나 사람을 객관적으로 직시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인성의 약점을 극복하고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원수를 중용한 사례는 시공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과 영감을 준다. 환공은 적이자 원수인 관중을 큰 자리에 기용했다. 이는 환공의 너그러운 도량과 포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관계란 상황에 따라 극적으로 반전되는 경우가 많다. 갈망하던 대권을 차지한 상황에서 환공이 유능한 인재로 정평이 나 있는 관중을 발탁한 일은 드물고 귀한 일이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평생을 변함없이 관중을 이해하고 그를 자기보다 높은 자리에 추천한 포숙아의 행동은 참으로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오죽하면 ‘이웃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천박한 인심을 보여주는 속담이 지금까지 회자될까?

그리고 사실 그것이 보통 인간의 마음 아닌가 싶다. 따라서 포숙아의 행동은 결국 고귀한 포숙아의 인품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인재를 알아보는 일도 어렵지만 그 인재에게 자신의 자리까지 내주며 추천하기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고귀한 것이기도 하다.

알아주는 것과 대접하는 것의 차이
경영학계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인재를 제자리에 배치하지 않으면 쓰레기나 마찬가지다.’ 특성과 전문영역에 맞게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라는 말이다. 인재에 대한 욕심만 앞서 대거 스카웃해 놓고 적절히 활용하고 대우하지 못한다면 인재를 데려오지 않는 것만 못하다.
인재를 대접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인재 기용의 첫단계는 사람을 아는 지인知人이고다음 단계가 그 사람을 적절하게 쓰는 용인用人인데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대접하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모른 체 하는 것이 낫다.

특정분야의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는 인재들은 약간의 허영심과 강한 자존심을 가진 경우가 많고 명예욕도 일반적으로 높다. 따라서 이들을 쓰려는 고용주나 리더는 인재의 이 같은 일반적 특성을 잘살펴 그를 알아주고 대접해야 할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주나라를 건국하고 왕조 초기의 기반을 닦는데 큰 공을 세운 주공이 아들 백금에게 해준 이야기와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과 숨은 현자 월석보 사이에 있었던 짤막한 에피소드를 통해 인재를 알아주는 것과 대접하는 것의 차이를 의미심장하면서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주공의 ‘일목삼착, 일반삼토’
나라를 처음 세웠을 때만큼 많은 인재가 필요한 경우도 없다. 기원전 11세기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紂를 물리치고 주나라를 세우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인물중에 주공이 있었다.

여러 기록으로 미뤄 볼 때 그는 무왕의 동생으로 형을 도와 막 건국한 주나라의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그에 알맞은 인재들을 스카웃하는 일을 책임졌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예악禮樂을 제정해 주나라 봉건통치의 기초를 닦고 조카 성왕을 보좌해 건국 초기 불안했던 왕조를 안정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주공이 인재들을 만나고 대접하는 과정에 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그중에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적지 않은데 한두가지만 소개한다.

예악의 제정 등 주 왕조의 통치 이데올로기와 제도정비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과정에서 주공은 유능한 인재의 발굴과 기용이 관건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래서 자신의 식견을 높이고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아침에는 100편의 글을 읽고 저녁에는 70명의 인재들과 면담했다’고 한다.

유능한 인물이면 천리길도 달려간다
그가 면담한 사람들중에는 평민과 하층민도 다수 포함돼 있었고 어질고 유능한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면 천리길을 마다않고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에게 언제든지 좋은 정책과 의견을 제안하는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그룹은 그 수가 무려 100명을 넘었다고 한다.
주공이 인재들을 얼마나 중시했는가는 아들 백금에게 들려준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사기> 권33 노주공세가에 실린 이 대목은 대단히 의미심장해 차분히 생각하면서 읽어볼만 하다.
“나는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이며 지금 왕이신 성왕의 숙부다. 어느 모로 보나 나는 천하에 천한 사람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일목삼착一沐三捉, 일반삼토一飯三吐’하면서까지 인재를 우대했다. 오로지 천하의 현자를 잃지나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목욕 한번 하다가 머리카락을 세번이나 움켜쥐고 나왔고 밥 한번 먹다가 먹던 것을 세번이나 뱉어내고 나왔다’는 ‘일목삼착, 일반삼토’라는 이 유명한 말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인간관계를 소홀하지 말 것이며 아울러 늘 성심으로 인재를 대우하라는 충고이다. 어떤가? 우리의 일상에서 한 순간의 소홀함으로 인재를 놓치는 경우는 없을까?

김영수 센터장 / 영광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