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김용만 / 전 영광군농민회장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영광군농민회장을 맡았던 그는 농민회가 창설되기 전부터 한국카톨릭농민회 소속으로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영광읍 와룡리에서 태어나 군대 전역 후 가업을 이어받아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카농에서 활동하던 친구의 권유를 받아 본격적으로 농민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김 전회장은 “정직하게 농사를 짓는 농사꾼들이 일한만큼 얻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에 매료돼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며 “당시 5·18민주화운동 직후라 농민운동가에 대한 단속도 매우 심한 암울한 때였지만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고 회상한다.
김 전회장은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검문을 피해 광주를 오가던 당시를 회상하며 “젊은 혈기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앞이 캄캄했다”고 고개를 저으며 웃는다.
하지만 고생에도 불구하고 주장했던 수세폐지, 농지세폐지, 지방자치제도 시행, 대통령직선제 시행 등이 이뤄져 돌아보면 보람도 크다고.
김 전회장은 “우리가 농민운동을 할 때 ‘왜 가능하지 않은 쓸데없는 일을 하냐’고 비웃던 사람들도 많았지만 고생했던 만큼 정책제안을 통해 타결한 것들도 많다”며 “요즘은 농촌이 훨씬 어렵기 때문에 농민들 스스로가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보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처럼 누구나 어려운 때라지만 농촌은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농사를 짓는데 쓰는 농자재나 기름값 등은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쌀값은 거의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농민들이 생산비 보장을 위한 기초농산물수매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다.
김 전회장은 “정부에서는 쌀값 안정화를 명목으로 쌀값이 오르려고 하면 수입쌀이나 공공비축미를 풀고 농민들에게는 싼 값에 쌀을 사들이고 있다”며 “그럴거면 차라리 정부에서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에 농산물을 사고 값이 올라가면 푸는 등의 기초농산물수매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전국의 농민들이 쌀값 현실화와 기초농산물수매제 도입을 요구하는 전국농민대회가 열린다.
이날 김 전회장도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접 참가할 계획이다.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내 일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다.
그가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저 농민들이 땀 흘린 만큼만 대우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를 이것이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부로 살아온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