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의 마음을 얻는게 중요하다
■ 사마천의 <사기>의 명구를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35 - 인재가 알파요 오메가 ⑥
그런데 제나라 환공이 전국의 인재를 모으고 기용하는 과정에서 아주 흥미롭고 의미심장한 일화가 전해진다.
관중과 포숙을 중심으로 투톱 체제를 구축한 환공은 나라의 조직을 재정비하고 각 분야에서 일할 인재들을 초빙했다. 그 방법의 하나로 환공은 자신의 집무실 뜨락에 야간에도 불을 훤히 밝히게 해 누구라도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게 배려했다. 이것이 유명한 ‘정료지광庭燎之光’이란 고사성어의 출전이다. ‘뜨락에 밝혀 놓은 불빛’이란 뜻으로 인재를 널리 구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해서 환공은 적지 않은 인재를 모으고 기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찾아오는 사람이 줄더니 급기야 아무도 걸음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렇게 24시간 대기하면서 인재를 위한 문을 활짝 열어 놓았는데 불과 몇달 만에 발길이 끊어지다니 환공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늙은 노인이 환공을 찾아왔다. 환공은 무슨 재주가 있냐고 물었고 노인은 자기는 ‘구구산법’, 즉 구구셈을 아주 잘한다고 대답했다. 환공은 어이가 없었다. 구구셈을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어이가 없다는 환공의 표정에서 환공의 마음을 읽었는지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뜨락에 밝힌 불빛 보고 찾아온 인재들
“지금 인재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것은 공이 기용한 인재들이 너무 잘난 인재들인데다 공이 바라는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인재들이 기용되지 않으면 어쩌나 겁이 나서 안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구구산법 밖에 모르는 이 늙은이를 기용하시면 저보다 나은 인재들이 걱정없이 몰려 들 것입니다.”
환공의 노인의 충고를 받아들였고 다시 많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오늘날 인재 유출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유학생들 반 이상이 귀국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 조사결과도 있었다. 인재는 대우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마음 놓고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따진다.
춘추시대에도 인재 유출이 심각했던 모양이다. 채성자蔡聲子는 춘추시대의 소국이었던 채蔡 사람으로 탁월한 웅변가이자 외교가였다. 그는 초나라의 인재를 진나라가 역이용한 사건에 대한 논평으로 역사에 그 이름을 남겼다.
채성자는 초나라의 재상 자목과 대화를 나누면서 초나라의 구기자나무, 가래나무, 가죽 등이 많이 생산돼 끊임없이 진나라로 수출돼 활용되고 있는 상황을 가지고 인재유출 문제를 비유했다. 이렇게 초의 상황을 분석한 채성자는 이어 신공 자의의 난 때 진으로 도망간 대부 석공이 훗날 초와 진의 전쟁에서 초의 약점을 진의 국군에게 알려 결국 승리할 수 있었던 전투에서 패배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인재 유출의 문제 예나 지금이나
채성자는 초나라 지배층 내부의 갈등 때문에 진으로 달아난 인재를 진이 우대해 결국 초나라와 진나라의 싸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한 또 다른 사례를 들어서 인재 유출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채성자의 이야기는 기원전 589년 초나라 대부 자영과 사마자반이 하희라는 여자를 두고 빚은 갈등 때문에 자영이 진으로 도주하고 훗날 오나라의 군대를 훈련시켜 초나라를 공격하게 만든 사건으로 이어졌다.
끝으로 채성자는 최근 석연치 않은 오해 때문에 정나라로 도망갔다가 다시 진으로 가서 큰 대우를 받고 있는 오거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를 다시 불러들이지 않으면 그 후환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채성자의 분석은 자목을 불안하게 했고, 그는 이를 바로 초나라 강왕康王에게 보고했고 강왕도 채성자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오거의 명예와 직위를 회복시킨 다음 다시 초로 돌아오는 것을 허락했다.
인재를 아끼고 기용하고자 할 때는 여론의 환기가 필요하다. 이는 오늘날의 광고와 다름없다. 환공이 ‘정료’의 예의를 채택한 것은 정말 좋은 광고이자 홍보였다. 물론 이럴 경우는 올바른 방식을 택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몰고 올 파장이나 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인재 기용 적재적소에 안배해야
인재를 아끼는 것이 지나쳐 강렬한 소유욕으로 발전하면 인재들이 가까이 오길 꺼린다. 또 인재를 발탁하고 기용하는 사람의 능력과 명성이 너무 출중해도 인재들의 심리상태가 위축되어 머뭇거린다. 통치자나 기업주는 인재를 초빙하고 기용할 때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재를 자기 주변에 줄줄이 거느리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인재들은 이를 가장 무서워한다. 요소요소에 안배하고 적절한 대접이 따라야만 한다.
자기 쪽 인재가 상대나 적 편으로 넘어가고 상대는 그를 이용할 경우 그 결과는 심각해지기 마련이다. 사람은 보다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기 마련이고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 사람의 몸뚱아리를 붙잡는 것보다 그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인재의 유출은 현대사회에서 국가와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됐다. 길을 걷다보면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산에 걸려 넘어지는 법은 없다. 인재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사소한 문제를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다가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을 쓰는 용인에 있어서 인재의 대접이란 문제는 대단히 미묘한 것이어서 리더는 늘 인재의 심기변화를 놓치지 않고 살펴야 하고 인재의 주변상황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 인재가 기업의 핵심기술이나 국가의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요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김영수 센터장
영광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