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짬짬이 쉬어갈 수 있는 정다운 사랑방

산정경로당<대마면>

2013-11-21     영광21

대마면 화평리의 한적한 산정마을 입구에 자리한 산정경로당(회장 박재일 사진).
40여 가구만이 살고 있는 규모가 작은 마을임에도 경로당의 따끈한 아랫목에는 제법 많은 어르신들이 모여 앉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빨리 찾아온 추위 때문에 김장도 빨라졌다. 마늘이 담긴 바구니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은 어르신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마늘 까는 손을 쉬질 않는다.
이야기의 화제는 마을주민의 근황부터 회원들의 건강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회원들은 얼마전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한 마을주민을 걱정하며 “나이가 먹어서 넘어지면 하반신이 약해서 조심해야 한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오메, 새벽부터 일어나서 배추 절이느라 죽것네~”
김장배추를 절이다 왔다는 회원의 말에 자연스레 김장이야기로 화제가 옮겨진다.
산정경로당은 2003년 건립돼 마을 어르신들의 따뜻한 쉼터가 되고 있다.

화평리에 통틀어 경로당이 한곳밖에 없어 불편함이 많았는데 꾸준히 건의해 비로소 지어졌다고.
경로당은 박재일(77) 회장이 부지를 희사하고 군의 지원을 받아 건축됐다. 또 경로당 옆에 자리한 시정이 건립된 부지도 박 회장이 희사한 것이다.
박 회장은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닌데 마을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고 부지를 희사했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러나 회원들에게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쉬어갈 수 있는 경로당과 시정이 건립될 수 있도록 부지를 희사한 박 회장은 참 고마운 사람이다.
한 회원은 “노인들이 겨울이면 모여서 따뜻하게 밥도 해먹고 놀기도 하는 등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경로당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자랑한다.

산정경로당의 회원은 30여명으로 겨울철이면 경로당이 북적북적하다. 회원들은 정부에서 지원해 준 쌀로 밥을 짓고 각자 집에서 가져온 반찬을 나눠먹으며 거의 하루종일을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낸다.
한 회원은 “우리 경로당의 회원은 많지 않지만 80세가 넘은 회원이 4명이 넘는다”며 “옛날에는 누가 나이를 물으면 ‘조금 먹었다’고 했는데 이제 나이가 팔십이 가까우니 조금 먹었다는 소리도 못 하겠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좁지만 따뜻한 방에 한가득 둘러앉아 무심한듯 하지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마치 한 가족의 모습과도 같아 보기 좋다.
여느 때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라지만 산정경로당 어르신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올 겨울을 거뜬히 지낼 수 있게 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