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탈핵순례 ‘1년을 걸었습니다’
25일, 한빛핵발전소안전성확보 원불교대책위 기념 순례
부슬부슬 내리는 겨울비로 더욱 춥게 느껴지던 25일 아침 10시. 영광군청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날은 한빛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 위한 원불교대책위원회가 생명평화탈핵순례를 시작한지 꼭 1년이 되던 날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역주민, 타 종교단체 등 130여명이 순례에 참가했다.
특히 원불교를 비롯한 불교, 천주교, 개신교, 천도교 등 5개 종교계에서 기념식에 참가해 더욱 의미있는 행사가 됐다.
생명평화탈핵순례는 지난해 11월26일 한빛원전 5·6호기에서 짝퉁부품이 잇따라 발견되자 가동중단을 요구하며 시작돼 매주 월요일마다 진행됐다. 영광군청 앞에서 시작해 한빛원전까지 22㎞를 1년간 걷다보니 총 1,166㎞를 걸었다.
이날 기념순례에 앞서 군청 앞에서 열린 1주년 기도회에서 순례 참가자와 원불교대책위원회는 노후 발전소 폐쇄, 신규 발전소 계획 철회, 밀양송전탑 공사 중단, 안전성 확보 등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밝은 표정으로 순례를 시작했다.
순례는 군청에서 출발해 영광터미널~영광스포티움~법성면, 법성포매립지, 홍농읍소재지, 한빛원전까지 ‘생명’, ‘평화’, ‘다리쉼 문화제’, ‘탈핵’ 등 테마를 나눠 각 종교별 기도회 등의 내용으로 이어졌으며 오후 4시경 도착한 한빛원전 앞에서 범종교인 기도회를 갖기도 했다.
원불교대책위원회 양문수 위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노후 원전 폐쇄 등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순례를 계속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빛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원불교대책위원회
“노후 원자로 폐쇄까지 계속 걸을 것”
순례 1주년을 맞는 소감은?
먼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순례길에 동행해 주신 지역주민과 불교, 천주교, 개신교, 천도교 등 4개 종교의 관계자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처음에 순례를 시작할 때에는 원불교라는 종교에서 소수의 사람들로 출발했지만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차츰 많은 지역주민들께서도 응원해주시고 종교계를 비롯한 환경단체 등 안팎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보람도 있고 앞으로의 순례 계획에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순례를 시작한 계기는?
첫 출발은 후쿠시마원전사고를 지켜보면서 느낀 핵발전소에 대한 불안감이었겠죠. 그런데 지난해 한빛원전 5·6호기에 일명 짝퉁부품이 사용된 것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핵발전소의 위험이 직접 피부로 와 닿았습니다.
당시 지역주민들도 한빛원전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었는데요 그만큼 주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도 크게 늘었다는 의미겠죠.
그래서 좁은 의미에서는 원불교의 성지수호를 위해, 넓은 의미에서는 핵 확산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핵산업계와 정부에 대한 경고와 전세계에서의 탈핵을 염원하며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순례단의 기본 가치는 ‘탈핵=생명+평화’입니다. 저는 이것을 조금 변형해 ‘탈핵=(생명+평화)×수백만년’이라고 표현합니다. 즉 탈핵은 곧 평화와 생명을 수백만년을 유지하게 한다는 뜻이죠.
핵산업계와 정부는 부정하지만 이미 후쿠시마원전사고와 체르노빌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핵발전소의 안전은 신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그런 재앙이 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핵산업을 중단하고 하루빨리 재생에너지 연구개발을 확대하는 등 정부의 에너지 핵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순례길 1년의 성과는?
순례를 시작하고 2달 정도가 되니 많은 지역주민들께서 응원해 주시고 식사도 마련해 주시는 등 많은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비록 적은 사람들이 뜻을 모아 시작했지만 지난 1년 동안의 순례가 지역주민의 원전에 대한 안전성 확보 등의 뜻을 모으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평화적인 탈핵운동에 대한 격려가 많았고 다른 지역의 환경단체 등과의 동참도 이끌어 냈습니다.
또 외부에서 우리의 탈핵운동이 다른 원전지역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지난 1년의 성과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획은?
현재 한빛1호기가 노후화돼 오는 2026년이면 수명이 다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나 핵산업계는 에너지 부족 등을 이유로 노후된 원자로의 수명연장을 통해 계속해서 발전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순례단은 노후화된 한빛1호기의 수명연장이 현실화 되지 않도록 설계수명을 다하고 폐쇄되는 날까지 순례를 계속해서 할 계획입니다. 함께 걷지 않더라도 항상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