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자 손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지”
노영호 어르신 / 교통안전지킴이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인데 당연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지!”
단호한 그 앞에서는 어떤 핑계거리도 얄짤없다. 영락없이 무서운 할아버지인 그는 매일 아침마다 학교 앞에서 교통안전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노영호(73) 어르신이다. 노 어르신은 영광군에서 실시한 노인일자리사업으로 3년전부터 영광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지시봉을 휘두른다.
영광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어르신 덕분에 안심하고 학교에 보낸다”고 말할 정도.
노 어르신은 “2남1녀가 결혼해 손주들이 많은데 다들 내 손자손녀 나이 또래이다 보니 더 마음이 쓰이고 열심히 하게 된다”며 “지시에 따르지 않는 차량도 종종 있는데 학생들이 내 자식이다 생각하면서 안전운행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강직한 그의 성품은 월남전쟁에 참전해 군대생활을 하면서 몸에 익었다. 또 40여년간 대형트럭을 운전한 경험이 교통의 흐름이 끊기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하는데 도움이 된다.
노 어르신은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유명인사다. 똑 부러진 교통안전지킴이 역할을 해내는 것 외에도 노 어르신에게 어떤 일을 맡기면 확실하게 해 낸다는 것.
영광읍 도동리의 한 경로당에서 총무를 맡고 있기도 한 노 어르신은 항상 솔선수범해 경로당을 청소하고 고장이 난 곳 등을 수리하는 만능 재주꾼이다. 또 요리도 제법 잘해서 남자어르신들만 이용하는 경로당임에도 종종 밥을 해서 먹거나 안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하는 노 어르신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집에서도 이렇게 집안일을 잘 돕냐”는 질문에 “에이, 할멈이 있는데 내가 왜 해~”라며 한바탕 웃는다.
환하게 웃는 노 어르신의 모습에서 엄하지만 손자손녀 앞에서는 한없이 자상한 우리네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진다.
생각해보면 할아버지는 언제나 인자했지만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나무랐다. 노 어르신도 손자손녀를 보는 마음으로 3년동안 지켜본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노 어르신은 “3년동안 방학기간을 빼면 거의 매일을 학생들을 봐 왔는데 요즘 아이들은 어른에게 인사할 줄을 모르는 것 같다”며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예의를 가르치고 학생들은 어른을 공경하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것이 공부를 잘하고 좋은 학교에 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애정어린 조언을 건넨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