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아직도 많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옥당골칭찬릴레이 - 한지은씨 / 홍농읍

2004-11-11     박은정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보여지고 느껴지며 만져지는 사랑에 기뻐하고 행복해 한다. 그러나 시련과 어려움 속에서 서로를 위하고 보듬는 부부. 그 힘겨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을 위해 열심히 애쓰는 아내 한지은(31)씨.

한 씨의 남편은 원인이나 치료방법이 아직 없는 루게릭(근육마비)병을 앓고 있다. 한 씨의 남편은 3년전 손에 힘이 떨어지고 몸이 아프기 시작해 여러 병원을 다니며 진찰을 해보았지만 뚜렷한 병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남편의 병이 루게릭병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남편의 몸은 점점 마비되고 쇠약해져 갔다.

“저희가 부모를 모시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얹혀 살고 있지요”라며 “이러한 환경속에 시부모는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되고 있습니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한 씨는 남편을 돌보며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서울이 고향이고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한 씨는 1998년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남편을 만나 홍농으로 내려와 생활을 시작했다. 같이 생활하던 3년 후 결혼식을 올리고 지금 5살 된 예쁜 딸과 화목한 생활을 하며 지냈지만 병을 얻은 남편을 대신해 부인 한 씨는 식당을 경영하게 된다.

한 씨는 “남편이 몸이 아프긴 해도 얼마전까지 운전도 조금씩하고 식당에 나와 일을 거들
기도 했는데 요즘은 혼자서는 거동도 할 수 없고 용변처리도 불가능해 졌다”며 “그래서 낮에는 남편옆에서 간병을 하고 저녁에 나가 일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현실을 밝혔다.

“나나 아들이나 며느리 없으면 하루도 못살아”라는 한 씨의 시어머니. 그는 “우리 며느리가 없다면 어떻게 생활을 하고 수발을 다하겠어”라며 “처음부터 딸처럼 귀엽게 생각했고 지금은 딸보다 더 귀하고 고마워”라고 눈물지으며 깊은 애정을 표시했다.

“절망적이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지만 최선을 다해 남편을 간호할 따름이다”며 애써 의연하고 담담해하는 한 씨, 아픈 아들과 고생하는 며느리가 안쓰러워 한숨짓는 시부모, “다 고맙지요”라며 짧은 말 한마디에 곁을 지키는 아내에 대한 감사함을 모두 담아 표현하는 남편. 이처럼 가족모두는 결코 편하지 않은 현실이지만 그 무게를 나름대로 잘 감당하며 참아 가고 있었다.

단풍이 절정에 다달아 많은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지만 곧 앙상해질 나뭇가지의 모습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 같아 보이는 11월이다. 숙연함과 안타까움이 함께 전해지는 한 씨의 고귀한 사랑과 희생을 위해 ‘용기’의 박수를 그리고 ‘희망’의 격려와 관심을 우리는 모아 줘야 될 것 같다. 그가 지친 삶을 꿋꿋이 버틸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