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즐거운 사랑방

경로당 탐방 - 한현경로당 <홍농읍>

2013-12-19     영광21

 

홍농읍에서도 끝자락에 자리해 고창군과 맞닿아 있는 월암리 한현마을 어르신들의 쉼터인 한현경로당(회장 김대복 사진)을 찾았다.
넓지 않은 경로당 건물이지만 오순도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까르르’ 터지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좀처럼 연락이 닿지 않는 김대복(72) 회장은 “핸드폰 요놈이 생기면서 낮에 일하다가도 무슨 일 생기면 왔다 갔다 해야 된께 심부름을 하기 싫어서 놓고 다닌다”고 말하며 웃는다.
이어 “옛날에 우리 마을에 샘이 하나 있었는디 지금은 없어졌지만 여기서 나온 물로 밥도 해먹고 농사도 짓고 꽤 유명했다”고 마을자랑도 빠트리지 않는다.

사람이 10명 정도 앉으면 엉덩이를 붙일 자리가 없을 정도로 좁은 방안에는 남자어르신과 여자어르신이 한데 모여 시간을 보낸다. 방이 하나 더 있긴 하지만 겨울철에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한현경로당의 회원은 모두 15여명에 불과하다. 한현마을이 불과 10가구 내외만 거주하는 작은 규모의 마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회원이 훨씬 많은 다른 경로당과는 달리 부부가 함께 경로당을 찾는 회원이 많아 남자회원의 수도 많다고.

김 회장은 “옛날에 경로당을 지을 때만 해도 회원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들 이사가거나 돌아가셔서 많이 줄었다”며 “아마 마을에 사는 사람이 그때보다 7~8가구는 줄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원 이장은 “마을주민들의 인심이 좋고 서로 화합하는 것이 경로당의 자랑이자 마을의 자랑이다”며 “우리 마을에 이사를 오는 사람이 늘어 경로당 회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가요프로그램에서 한 가수가 나오자 “내가 좋아하는 가수 나오네~”라는 김 회장의 말에 어르신들의 시선이 일제히 TV로 쏠렸다.

김 회장은 “저 가수도 젊었을 때는 참말로 이뻣는데 이제 나이를 먹었네~”라며 “가수라고 평생 젊것어.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늙어브렀는디”라며 말끝을 흐린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날마다 활기가 넘치는 한현경로당이지만 세월의 무상함을 이야기하며 숙연해지기도. 하지만 경로당이 건축되면서 안락한 쉼터가 마련돼 회원들간에 서로 의지하며 편안하고 즐거운 노년을 보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경로당 앞마당에 삐뚤삐뚤 그려놓은 윷놀이 판에서도 즐거운 어르신들의 일상이 느껴지는 것 같아 미소 짓게 된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