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_신간소개
동양 고전인 사마천의 ‘사기’ 연구에 있어 국내의 대표적인 학자 김영수 전교수가 최근 <사마천과의 대화>, <1일 1구> 등 2권의 책을 잇달아 펴냈다. 그동안 ‘사기’라는 다소 어려운 고전을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하고 재해석해 독자들에게 매번 새롭고 쉽게 읽힐 수 있도록 노력해 온 김 전교수.
김영수 전교수는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고대 한·중 관계사로 석·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수많은 번역서와 연구서를 펴냈다. 지난 20년 동안에는 100여 차례 중국 전역을 다니면서 역사현장을 확인하고 활발한 저술활동을 통해 중국사 대중화 작업에 앞장 서왔다. 이번에 출간한 2권의 책도 일반 사람들이 재미있게 사기를 접할 수 있도록 그동안 라디오 방송에 소개됐던 것과 유명 온라인서점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이다. 마치 옛날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김 교수의 신간 2권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라디오 방송 ‘니하오 사마천’ 대본 엮은 대담집
<사마천과의 대화>라는 제목의 이 책은 대담자와 김영수 전교수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구성된 책으로 4년전 공중파 라디오방송 ‘니하오 사마천’의 대본이었다.
약 2년간 말로써 사람들의 귀를 통해 전달됐던 내용들을 다시 글로 묶은 이 책은 총 54가지의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돼 있는데 행여 딱딱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기의 내용들을 마치 옛날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사마천에게 묻고 사마천이 답하다
사마천은 참다운 지성과 경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지혜로운 눈, 인간을 향한 끝없는 긍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사기를 집필했다.
따라서 사기는 인간을 위한 책이고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좌표를 제시해준다. 사기는 그 자체가 인간학 교과서로서 자신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길을 가르친다.
사마천과의 대화에서 대화의 주제 역시 ‘인간’이다. 사리분별, 명예, 리더의 덕목, 죽음의 택, 유머의 힘, 양보, 사랑, 용기, 법, 약속, 원칙, 관용 등 우리가 삶에서 화두로 제시하는 것 들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어떤 원칙을 갖고 살 것인지, 어떻게 잘 죽을 것인지 이 책은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직설적이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묻고 대답한다.
‘인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길’성찰
3,000년, 130편의 방대한 기록인 <사기>에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왕으로 시작해 재상, 장군, 상인, 천민계급까지 남성과 여성을 막론하고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삶과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사마천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때로는 그들을 인정하고 부정하며, 비판하고 분노한다.
그 범위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 경제관념, 여성관념 뿐만 아니라 법과 인사권을 담당하는 이들, 이 시대의 리더라고 불리우는 이들의 폐부를 찌르는 지침들에까지 이른다. 그야말로 인간살이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살아 펄떡이는 듯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돌이켜보고 잘못된 점은 과감하게 꼬집고 그리해 우리가 어떻게 변하고 무엇을 바꿔나가야 할 것인지 그 방향을 잡는데 나침반이 돼줄 것이다.
하루에 한 가지,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이야기
<1일1구>는 하루에 한가지씩 중국 고전에서 좋은 글을 뽑아 설명하고 김영수 전교수의 의견을 덧붙인 연재물을 모아 다듬은 책이다. 이 책은 기존에 출간된 다른 명언명구 모음집과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차별화된다.
첫째 우리에게 익숙한 사기나 논어같은 문헌에 국한하지 않고 소설, 편지, 상소문 혹은 시 등 300여 가지 고전을 넘나든다. 각 꼭지의 표제어도 사자성어에 한계를 두지 않고 중국에서 쓰이는 고사성어나 고전을 이해하고 독자의 사고를 돕는 좋은 구절과 단어를 골랐다.
여기에 다른 문헌을 인용하기도 하고 글자를 풀이하기도 하면서 독자의 이해에 편의를 제공하고 마지막으로 그 글에서 우리가 짚어 봐야 할 점은 무엇인지 말을 얹으며 마무리한다.
둘째 <1일1구>는 ‘하루에 한 구절’이라는 제목답게 처음 고전을 접하는 독자도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매일 한편씩 읽을 수 있도록 한쪽에 한편씩 싣는 구성을 택했다.
여기에 새로운 달을 시작하는 앞머리에 열두 수의 한시를 원문과 함께 실어 고전의 또 다른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시인 역시 유명한 이 백부터 젊은 나이에 요절한 임 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인을 선택해 원문을 싣고 유려한 우리말로 번역했다.
고전, 현재를 바꾸는 힘
중국 당나라 태종은 삼감三鑒을 말하며 “동으로 만든 거울로는 의관을 반듯하게 잡고 과거의 거울로는 왕조의 흥망과 교체를 알고 사람 거울로는 자신의 잘잘못을 밝힌다”고 했다. 지난 역사를 통해 지금을 밝히고 이해한다는 말은 고전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살펴본다는 말과도 같지 않을까?
김영수 전교수는 현대를 사는 우리가 고전을 통해 우리 자신과 사회를 조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제 우리 모두 자신의 언행과 삶의 행태를 되돌아볼 때다. 많이 늦었다. 모쪼록 하루 한 문장, 1년 365가지 고전의 빛을 쬐고 생각하면서 우리 현실을 깊게 인식하고 반성하고 바꿔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작은 책이 매일 한 구절씩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독자에게 선물할 수 있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희망해 본다.”
우리는 모두 좀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를 꿈꾼다. 우리가 고전을 늘 가까이 두고 나 자신과 우리 모두의 삶을 숙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