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움과 따뜻한 정이 넘치는 어르신 사랑방

신오경로당<염산면>

2014-02-27     영광21

농한기의 막바지에 들어서자 경로당을 찾는 발걸음도 한 겨울보다는 줄었다. 그런데 염산면 오동2리 신오경로당(회장 강정연)에는 여전히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둘러앉은 어르신들로 북적거린다.
“지금이나 쉬지 언제 또 쉬것어! 열심히 쉬어야 올해 농사도 풍년이 들지.”

마을앞 바다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 때문인지 신오경로당 어르신들은 느즈막히 농한기의 마지막 여유를 즐기고 있다. 제법 넓은 평수의 경로당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넓은 방 한곳에 남녀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이 눈에 띈다. 대부분의 경로당에서 남녀어르신들이 각자 다른 방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한데 모여 여가를 즐기는 것이 신오경로당의 큰 특징이다.

한 어르신은 “남자랑 여자랑 같이 놀아야 재밋지. 따로 놀면 재미가 있다요?”라며 “어디 가서 우리 경로당 한방에서 논다고 흉보지 마시요!”라고 장난스럽게 눈을 흘긴다.
신오경로당은 신오마을 30여명의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오락을 즐기는 여가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1999년 마을주민들의 희사금으로 건립된 경로당 앞에는 건축비 등을 희사한 주민들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헌성비를 세워두기도.

신오마을은 설도항과 인접해 마을 앞으로는 바다가, 뒤로는 넓은 평야가 펼쳐진 농어촌마을이다.
제방축조로 본래 바다였던 곳이 평지가 되면서 오동리에 새로운 마을이 생겼다고 해서 신오마을이라 불리게 됐다고. 그래서 마을주민 대부분이 대규모 농사를 짓거나 바다에서 수입을 얻는다.
한 어르신은 “우리들은 다 노인들이라 농사는 많이 없고 바다에서 굴도 따먹고 먹을거리를 얻는다”고 자랑한다.

그래서 경로당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할 때에도 다양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가 상 위에 올라오기도 한다. 또 인근에 젓갈가게가 많아 반찬거리 걱정은 없다고. 어떤 젓갈이 가장 맛있냐는 질문에 어르신들은 “때에 따라 다 다르지~ 젓갈 종류가 수십가진디 몇가지만 콕 찍어서 말할 수 있나”라며 난감해 한다.

그만큼 종류에 상관없이 염산에서 나는 소금으로 만들어 파는 젓갈의 맛은 일품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풍부한 먹을거리가 있어서인지 신오경로당의 인심도 넉넉하다. 한쪽에서는 간식거리로 마련한 송편을 어르신에게 건네기를 반복하다 결국 처음 송편을 건넨 어르신에게로 송편이 되돌아 왔다.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챙기며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옛 미담을 신오경로당 어르신들에게서 발견하며 마음이 절로 따뜻해진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