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노래 부르고 춤도 추고 재미지게 살지”
칠성경로당 영광읍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소리 없이 내리던 날. 마을 어귀마다 보이는 조그마한 텃밭에는 벌써부터 부지런한 손길의 흔적이 엿보인다.
아침부터 내린 비로 잠시 일손을 멈추고 경로당에 모여 앉은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칠성경로당에는 겨우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건재함(?)을 자랑했던 이야기꽃이 피어올랐다. 경로당에는 이상스럽게도 여자어르신들만 가득했는데 이내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한 어르신은 “비가 오니까 남자들은 다 읍내로 놀러 가블고 우리들만 남았어. 남자들은 노는 곳이 또 따로 있은께~”라며 한쪽 눈을 찡긋거린다.
칠성경로당은 영광읍 덕호2리 칠성동마을에 자리한 어르신 사랑방으로 칠성동마을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바로 인근의 양구지마을 어르신들도 이용하는 곳이다. 회원은 25여명이지만 날마다 20명 이상의 어르신들이 모여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로당이 언제 건립됐냐고 묻는 질문에 어르신들은 “진작 지었지. 언제 지었것어”라고 오히려 타박한다. 그리고는 “우리는 할매들이라 잘 몰라. 영감들은 다 놀러 가버렸당께”라고 말하며 시원하게 웃음보를 터트린다.
회원들은 대부분 벼나 고추 등 집에서 먹을 만큼의 농사를 짓고 있다. 그래서 경로당에서 먹는 점심식사는 언제나 푸짐하다.
한 회원은 “오늘도 콩나물이랑 시금치나물, 젓갈, 봄동 겉절이를 만들어서 거하게 먹었다”며 요즘은 시금치가 달짝지근하게 맛있을 때”라고 설명한다.
날마다 점심식사를 함께 한 후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모여 앉은 어르신들은 장난삼아 화투놀이를 하거나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마을주민들의 안부와 마을소식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일상이 특별할 것은 없지만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생활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회원들은 “경로당에 모이면 뭐 별다른 것이 있당가. 노래도 불렀다가 춤도 췄다가 날마다 웃고 재미지게 노는 것이 최고지!”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또 경로당에 보수할 곳이 생기면 남자어르신들이 솔선수범해 뚝딱 고쳐놓아 불편함이 없이 살고 있는 것도 칠성경로당의 자랑이다.
영광종합병원 전정숙 간호부장의 설명에 따라 치매를 예방하고 건강하게 한다는 체조를 제법 열심히 따라하는 어르신들.
한 어르신의 “이제, 화투칠 때도 가만히 앉아서만 하지 말고 건강하게 도리도리하면서 해야 쓰것네”라는 말에 칠성경로당 어르신들은 ‘까르르’ 터지는 웃음소리로 화답한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