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이 쉬어가는 산 아래 자리잡은 어르신 쉼터
황산경로당<불갑면>
“지금 이때가 고추비닐 씌우는데 제일 좋을 때여. 그래서 다들 밭에 나갔다가 보건소에서 온다고 해서 이렇게 모여 있지~”
불갑면소재지를 지나 함평방향으로 가다보면 불갑면 건무리에 다다른다. 이날 황산경로당(회장 김영준)에는 영광군보건소에서 매주 실시하고 있는 이동진료소가 찾아왔다.
보건소에서 무료로 간단한 검진과 치료를 해준다는 소식에 어르신들은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도 오전 일찍이 일을 마무리하고 경로당에 모여 앉았다.
김영준(72) 회장은 “내일 모레 비가 온다고 하니까 다들 바빠졌어”라며 “그런데 보건소에서 무료로 진료를 해준다고 해서 다들 일손을 멈추고 모이라고 했지”라고 말한다.
마을의 위치상 불갑면소재지 뿐만 아니라 영광읍과도 멀어 아파도 병원에 쉽게 갈 수 없는 황산경로당 어르신들은 바쁜 와중에도 찾아온 이동진료소가 그저 고맙고 반갑기만 하다.
한 어르신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려고 하면 하루를 다 잡아 먹은께 지금 같은 때는 아파도 참고 일해야지”라며 “이 참에 의사선생님도 만나고 침도 맞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디”라고 박수를 친다.
그러면서도 “이 양반들이 매일 오면 좋겠지만 여기만 오면 쓰간디. 다른 마을도 가서 아픈사람들을 치료도 해주고 그래야지”라며 “공짜로 아픈 곳을 치료도 해주고 치매예방교육도 해주니 참말로 좋구만~”이라고 입을 모은다.
황산경로당은 건무리 황산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방으로 2009년 영광군에서 건축비를 지원받아 건립됐다. 회원은 40여명으로 겨울에는 한 가족처럼 밥도 같이 해먹곤 하지만 요즘은 다들 바빠 경로당을 찾는 발걸음이 조금 뜸해졌다고.
김 회장은 “우리 황산경로당은 마을 앞에 있는 건무산이 봉황이 잠시 앉아 쉬어가는 산이라고 해서 황산이라고 이름 지었다”며 “회원들은 대부분 고추나 양파농사를 짓는데 지난해에는 고추값이 많이 떨어져서 손해를 많이 봤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내 “그래도 어째, 우리 농사꾼들이 농사를 지어야제”라며 씨익 웃는다.
경로당 한쪽에서 한방치료를 받기 위해 줄지어 앉은 어르신들 사이에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르신들은 “온 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이 사방이 다 아프다”며 엄살을 부리면서도 오랜만에 마주하고 앉은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운다.
영광군보건소에서 매주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이동진료소가 건강도 지키고 한방치료뿐만 아니라 잠깐의 여유를 선물한 셈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