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 구렁이 담 넘어가듯 회의
22일, 주민간 대화 자리에 정부 관계자 참석 거센 반발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분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조직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의견 청취를 위해 구성한 원전소재지역 특별위원회가 정부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광군 등 5곳의 원전소재지역에서 각 2명씩 총 10명의 특별위원으로 구성된 원전소재지역 특별위원회는 지난 3월18일 경북 울진군에서 첫번째 워크숍을 개최한데 이어 22일에는 영광지역을 찾아 워크숍을 개최했다.
그러나 이날 워크숍에 특별위원들 뿐만 아니라 산업자원부 관계자와 원자력문화재단 등 정부측 인사 다수가 참가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회의장을 찾은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워크숍에 참가한 한 지역주민은 “5개 지역 특별위원들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에 통일된 의견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영광지역의 한 특별위원의 주선으로 지역주민 몇명이 워크숍이 열리는 회의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측 인사가 사진을 찍자 지역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내용이야 어찌됐던 지역주민과 대화했다는 형식적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조직하면서 지역에서 특별위원 2명을 추천받아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당시 이미 지역에서는 “공론화위원회와 원전소재지역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고준위 핵폐기처분장 부지 선정을 위한 과정으로 지역주민 등의 참가를 형식적인 절차로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문제가 제기됐다.
즉 정부가 이미 핵폐기처분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이미 짜 놓은 판에 지역주민을 ‘들러리’로 세우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지역주민들이 공식적인 요청이 아닌 비공식적인 특별위원 주선으로 회의장을 찾았지만 공론화지원단이 영광군에 보낸 워크숍과 회의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에 따르면 지역주민 간담회가 사전에 계획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전소재지역 특별위원회가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