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묻혀버린 팽목항에서
갑작스런 세월호 침몰사건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다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오고 견딜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을 참다못해 우리 영광녹색어머니회에서는 혹시나 드실까 해서 영광모시송편 100박스를 협찬받아 팽목항에 물품구호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팽목항은 그야말로 침묵만이 흐르는 적막 속에서 뼛속까지 저려오는 아픔과 슬픔을 견딜 수가 없는 곳이었다. 슬픈 유가족들 앞에서는 숨소리조차도 낼 수 없이 죄송스럽고 미안하고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물 한 모금 마시기도 힘들 정도로 지쳐 쓰러져버린 가족들을 보면 내가 살아있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안타까웠다. 오빠를 잃어버린 여동생은 부둣가에 나가 앉아 하염없이 망망대해만 바라보며 오지 않는 오빠를 기다렸다. 여동생의 두 눈은 핏물이 쏟아질 듯 충혈이 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불러 외쳐도 돌아오는 것은 무언의 기다림뿐이었다.
팽목항 텐트천에 씌어진 글귀들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꼭 살아서 돌아와 부모님 품으로 와달라는 메시지, 꼭 살아 있을 것만 같은 우리들의 희망이었다.
‘꼭 기다려주면 너희들을 구해줄게…’,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포기하지 말아다오.’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또한 진도실내체육관 한쪽 벽에는 시신의 신원을 알아내기 위해 입고 있는 옷가지며 인상착의 등이 쓰여 있었다.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어떤 단원고 여학생 추리닝 바지에서 단원고 학생임을 증명하는 식권이 들어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물이 앞을 가리고 있다.
먹을 것을 권하자 유가족들은 이렇게 말했다.
“차디찬 바다 속에서 내 새끼는 어디로 가야할지 헤메는데 내 목구멍에 물 한 모금이라도 넘어가겠느냐고…”
“내 아까운 아들아 딸들아 여기에서 엄마는 기다리고 있단다. 어서 엄마 품으로 돌아와다오.”
“너무너무 보고 싶구나. 내새끼.”
이 우주에 있는 모든 신들에게 빌어본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꿈이기를. 꿈이 아니면 기적이라도 보여주길 간절히 바란다.
영광녹색어머니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