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과연 이대로 두어도 될 것인가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조작사건은 사실 조직의 존립근거를 흔들 만큼 엄청난 사건으로써 국정원 활동의 무능과 불법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런데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수사팀은 15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우선 국정원 김모 과장과 협조자 김모씨를 구속한데 이어 이모 대공수사국 처장과 이모 중국선양 총영사관 영사를 모해증거 위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처장 등은 간첩사건 피고인인 유우성씨가 1심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씨가 중국과 북한을 오간 출입경기록 등 증거서류 3건을 위조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여기서 국정원 윗선이나 검찰의 개입에 대해서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입건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직의 규율이 유별나게 센 국정원의 특성상 윗선의 지시도 없이 실무자들끼리 증거를 그렇게 조작했다는 것은 선뜻 믿기지 않는 대목이다.
어쩌면 검찰발표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국정원 조직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고 또 검사들 역시 증거조작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수사과정에서 국정원 실무팀에 휘둘려온 셈이 되는 것이다.
특히 더 큰 문제는 이번 증거조작으로 인해 중국에서 비밀리 활동해 온 우리 요원들과 또 협조자들의 신원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는데 있다.
더욱이 정보기관 요원의 신분노출은 당사자 안전은 물론이고 아울러 국가정보망에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번 증거조작과 관련해 활동요원, 협조자 모두의 신원노출은 대북정보망에 심대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너무도 크다. 앞으로 과연 누가 그렇게 어렵고 힘든 여건에서 목숨을 걸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 헌신할 것인가? 심히 답답하고 걱정스러울 뿐이다.
한편 이번 증거조작은 억울한 범죄자를 양산하는 인권문제를 넘어서 진실성이 확인된 증거만 엄격하게 채택하는 형사사법체계까지 심각하게 뒤흔든 국가적 문제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남재준 국정원장을 경질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남 원장에게 환골탈태의 노력을 주문하고 재발방지의 책임을 맡긴 것은 정말 안일한 상황인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할 남 원장은 개혁을 지휘할 자격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정 병 희
홍농읍주민자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