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하지 않게 투명하게 운영하는 경로당이여~”
부실경로당<불갑면>
2014-05-01 영광21
길을 헤매고 있던 우리 일행에게 저 멀리서 오토바이 한대가 다가왔다. 불갑면 부춘리 양복현 이장이다.
마을 입구에는 절로 입이 쩍 벌어지는 멋들어진 당산나무 한그루와 그 옆에는 모정이 건립돼 있어 어르신들의 편안한 쉼터가 되어줄 듯하다.
불갑면 부춘리 어르신들의 쉼터인 부실경로당(회장 구동순 사진)에서 한창 농사일이 바쁜 어른신들이 반가운 환영인사를 건넨다.
“오메~ 모판 심어줄라고 영광에서 왔는가?”라며 “젊은 사람이 없는 이곳에 젊은 처자가 오니 경로당이 다 밝네”라며 반겨주신다.
부실경로당은 지난 2000년 마을회관으로 처음 지어졌지만 건물철거 후 군의 지원으로 경로당으로 이름을 바꿔 건립됐다. 회원은 36명으로 여자 어르신의 수가 훨씬 많다.
한 어르신은 “마을 남자들이 대부분 빨리 죽어부렀어. 여자가 더 많아서 아쉬워 죽것당께. 마을에는 아직 남자가 할 일은 많은디 일손이 딸려”라며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농사는 유난히 같이해야 하는 것이 많은 것 같애”라고 하소연한다.
구동순 회장은 “칠순팔순을 함께 지내 고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장례후 자식들이 감사인사로 조금씩 희사를 하기도 한다”며 “그 돈으로 경로당 전기세도 내고 우리가 해먹을 반찬거리도 사고 하제”라고 말한다.
이어 “우리 경로당은 투명하게 운영한다고 회원들도 좋아한당께”라며 운영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직접 작성한 결산서류를 빼어들고 자랑한다.
구 회장은 “덴마크에서는 유기농 학교를 3년을 다녀야 농업인으로써 인정을 해준다고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대학 교육과정을 마치고 1년간 농촌에 데려다 놓고 교육을 시켜야 해~. 농산물을 1년이라도 연구해서 졸업시키고 사회에 투입시켜야제. 그래야 최소한 내가 먹는 것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어떻게 생겼는가는 알 것 아니여”라며 농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양복현 이장은 “농사일이 마무리되는 저녁이면 오순도순 모여 옛날이야기도 하고 농사일에 대한 정보도 나누는 것이 일이다”고 말한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정이 넘치는 어르신들의 편한 쉼터가 되는 경로당이다.
자식같이 아끼고 넉넉한 마음으로 심고 키운 우리 농작물들이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이겨 그 결실이 넘실대는 풍요로운 쉼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조윤서 기자 yg21n@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