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손자·손녀 자연생태 체험교실”
2014-05-09 영광21
신현동(62)씨는 전형적인 농촌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흙과 함께 자랐다. 방과 후나 방학중에는 논밭으로 나가 부모님의 일을 도왔던 그다. 취직을 하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언제나 마음은 농촌을 향했다.
그는 1973년에 입대해 15년간 군생활을 하다 소령으로 전역후 KBS방송국에서 23년간 근무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우리 가족들에게 ‘나는 퇴직하면 일은 그만하고 시골에서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겠다'고 항상 말해왔다”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겠다는 남편의 말에 최영희(62)씨는 반대했다. 그러나 “30년동안 함께 살았으니 떨어져 살자”며 떨어져 살더라도 꼭 귀농하고야 말겠다는 남편의 협박 아닌 협박에 영광으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3년이다.
집을 짓는 방법을 배우고 조경을 배우러 다니며 귀농할만한 지역을 물색하던 신씨는 마침 법성면 월산리에 귀농해 살고 있던 여동생의 집들이에 초대돼 왔다가 이곳에 마음을 뺏겼다. 여동생의 남편인 지재근 초대 영광군귀농·귀촌협의회장의 도움이 컸다.
귀농·귀촌인 따뜻하게 맞아주길
바로 인근에 여동생가족이 살았지만 타지에서 자리를 잡고 영광군민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그의 첫 시작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낯선 타지에서 집을 지으면서 알게 된 각종 법규와 까다로운 행정관청 관계자의 태도는 더 날카로운 송곳이었다.
신씨는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행정관청에서 좋은 이미지만을 갖고 영광을 찾은 귀농·귀촌인들에게 같은 말이라도 좋게 해주고 설사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이를 무조건 지적하기보다 대안을 제시하는 등 이들이 잘 정착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팸투어 등 귀농·귀촌인 유치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도 좋지만 어렵게 영광지역에 뿌리내리고자 찾아온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자손녀의 생태체험교실
공들여 지은 집과 정원에 이들 부부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예쁜 집 앞에는 국화, 철쭉, 유채 등 사시사철 꽃이 피고 매실나무, 호두나무 등 각종 유실수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넓지는 않지만 집앞 밭에서는 양파, 감자, 마늘, 고추 등 온갖 농산물이 생산된다. 남편 신씨가 어린시절 농사를 지어본 경력이 있어 초보 농사꾼이지만 제법 만족스러운 수확을 얻는 편이다.
부인 최영희씨는 “농사를 지어서 소득을 올리기보다 자식들한테 보내주고 7명의 손자 손녀들이 자연생태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남편의 바람이다”며 “그래서 키우는 농작물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무공해다”고 웃는다.
이 아담하고 멋진 집에서는 이들 부부가 아흔의 노모를 모시고 산다. 한 지붕 아래 살지만 각자 쉬고 싶으면 쉬고 일하고 싶을 때는 일하며 행복하고 즐겁게 산다는 신현동·최영희씨네 가족이다.
“우리는 어머니도, 이 사람도 그리고 나도 모두가 사장이예요~.”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