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이 아빠 엄마가 그리는 행복한 오늘

③ 영광읍 신호언·안소연씨 부부

2014-05-15     영광21

“자기야 그만하고 나와서 커피 마셔. 내가 커피 타왔지롱~”
알스트로메리아 꽃이 피는 비닐하우스에서 신호언·안소연씨 부부의 사랑도 핀다. 올해 마흔여섯 동갑인 이들 부부는 결혼하지 이제 갓 5년차를 맞은 신혼부부다. 꽃 수확에 한창인 이들 부부의 닭살에 화려한 꽃잎이 기가 죽을 정도다.

주로 부케나 꽃꽂이용 꽃으로 사용되는 백합과로 고가인 알스트로메니아는 서울 양재동 꽃시장으로 팔려나간다. 가끔 이를 알고 찾아오는 지역주민들에게는 소매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한다.
남편은 꾸미지 않은 수수한 작업복 차림의 아내가 그렇게 예쁜가보다. 갑자기 아내의 볼에 뽀뽀를 한 호언씨의 돌발행동에 소연씨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싫지 않은 듯 환하게 웃었다.

결혼해 영광지역으로 이사 온지 5년째에 들어선 초보농사꾼이다. 말이 초보지 양파, 담배, 콩, 깨, 벼, 보리 등 다양한 종류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멀티 농사꾼이다.
현재 이들 부부가 살고 있는 영광읍 입석리는 남편 신씨의 고향이다.
이 마을에서 8남매중 일곱째로 태어난 신씨는 영광서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찍이 서울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30년 가까이 서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개인사업을 하면서 나름대로 멋진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8남매중 일곱째 30여년만에 고향으로
신씨가 고향으로 돌아와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은 혼자 계시는 어머니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어머니한테 전화를 하면 항상 아프다고 하니까 얼마나 걱정됐겠어요. 그래서 가까운 곳에 살면서 어머니께 효도도 하고 된장이나 고추장 등을 만들어 파는 장류사업을 해보자고 생각하고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오게 됐죠.”

귀농을 결심하고 신씨는 장류사업을 기획했다. 전라남도 민속자료인 신호준가옥과 연계해 전통장류를 판매하겠다는 야심차고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짜서 고향에 정착한 것이다. 마침 신씨도 같은 집안 출신이어서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이렇게 계획을 짜서 귀농을 실현에 옮긴 뒤 꼭 1년 동안 부부는 영광군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귀촌인들을 위해 실시하는 농사교육 등을 받으며 영광에서 적응해 나갔다.


천사같은 내 아들 영광이
영광에서의 생활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됐다. 그러던 어느 날 행복한 변수가 생겼다. 이들 부부의 하나뿐인 아들 영광이가 태어난 것이다.
신씨는 “아빠엄마가 나이가 많아서 태아가 뱃속에 있을 때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아내와 함께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도 우리에게는 축복이라고 받아들여 우리 영광이를 낳았다”고 말한다.

농사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환하게 웃으며 쪼르르 달려와 안기는 영광이 덕분에 힘이 절로 생긴다고.
“영광이가 태어난 후 기존에 세워놨던 계획은 조금 늦춰졌지만 우리 천사같은 영광이가 있어서 행복해요. 앞으로 차츰 장류사업도 준비하고 우리 어머니와 아내, 사랑스러운 영광이랑 함께 즐겁게 사는 것이 행복이지 않겠어요?”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