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무산 자락이 바로 우리집 정원이랍니다”

③ 영광읍 정재환·서경화씨 부부

2014-05-23     영광21

“옛날에는 밖에서 손도 잘 잡고 다녔는데 이사람 고향이라서 아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요즘은 잘 안 그래요.”
달라진 남편의 모습이 서운한 듯 눈을 흘기는 아내에게 남편은 “아니야~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러지”라고 서둘러 말한다.
서로 티격태격하며 주거니 받거니 웃음이 끊이질 않는 정재환·서경화씨 부부는 영광여자중학교 앞을 지나 물무산을 오르는 등산로인 곧올재 언저리에서 살고 있다.

“물무산 산자락이 우리 정원이예요”라고 말하는 정재환(47)씨의 고향집이기도 한 전망이 좋은 집에서 아내 서경화(43)씨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11살 아들이 함께 살고 있다.
정씨는 “어머니께서는 연세가 많아 등산로 입구에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셨다”며 “우리도 영광읍 월평리에 한옥마을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까지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서울서 만난 영광 처녀총각
부부의 고향은 영광읍이다. 남편은 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서 자랐고 부인 서씨는 학정리 골남부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일찍이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전혀 일면식도 없던 처녀총각은 고향으로부터 전해 받은 소개를 통해 서울에서 만났다.

정씨는 “어머니께서 시장에서 장사를 하셨는데 아들이 장가를 못가고 있으니까 여기저기 혼처를 알아보셨나 봐요. 그렇게 우연히 연락이 닿아서 서울에서 이사람을 만났죠”라고 말한다.
부인 서씨도 “서울에서 만나서 꼭 1년을 연애하고 결혼했어요. 그런데 알고보니까 제 사촌동생과도 맞선을 봤더라구요. 우리는 미리 알고 있긴 했는데 나중에 사촌동생을 만났는데 그 동생이 남편을 보고 깜짝 놀랐죠”라고 웃는다.

이렇게 재미있는 결혼 에피소드가 있는 부부는 4년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서씨는 “저는 서울에서 살고 싶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살던 집을 내놓고 혼자서 영광으로 내려와서 살집을 모색하고 다녔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왔죠. 뭐~”라며 고개를 젓는다.

고들재 상수도시설 설치 시급
정씨는 영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인 정착교육이나 농업교육 등에 열심히 참석하며 농사일을 배워나가고 있다. 또 영광군귀농·귀촌인협회에서 감사를 맡아 활동하고 있기도.
부인 서씨는 “우스갯소리로 귀농·귀촌인협회에 그만 나가라고 했어요. 거기서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그러면 또 그걸 심는다고 그러니까요. 그래서 복분자도 심고 아로니아도 심었잖아요”라고 남편에게 눈을 흘긴다.

정씨는 “다른 사람들은 제때 비료도 주는데 우리는 그걸 몰라서 열심히 풀만 매었죠. 그래도 올해는 신경을 써서 내년이면 열매가 제법 많이 열릴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올해는 가뭄으로 농수는 물론이고 식수가 없어서 아랫마을에서 물통에 물을 받아다 쓰는 형편이다.

서씨는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뒀다가 쓰는데 깨끗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난 겨울에는 이마저도 없어 화장실도 쓰지 못했다”며 “이 마을에 10가구 정도 사는데 상수도 공급이 시급하니 행정관청에서 방법을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