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주렁 아로니아처럼 애정가득한 닭살부부
김철한씨는 “나가서 살아보니까 그립고 그리운 것이 고향이더라구요”라고 소박한 웃음을 짓는다.
그가 태어난 고향마을 묘량에서 아로니아를 재배하며 부인 김금자(57)씨와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는 부부다. 예순의 나이에도 신혼부부와 같은 애정이 느껴지는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다. 딸이 “엄마아빠는 닭살이야”라고 말할 정도라고.
부인 김금자씨는 “부부는 살다보면 싸울 일이 없지는 않지만 싸움이 될 것 같으면 잠시 피했다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한다”고 씽긋 웃는다.
부부의 추억과 함께 짓는 집
“고향에 내려가 살겠다”고 짐을 싸 이사 온 지 5년. 부부는 2개의 컨테이너박스에서 거주하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컨테이너박스에서 산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지만 부부에게는 호텔이나 다름없었다.
부인 김씨는 “사실은 주변에 양계장 등이 있어서 집을 지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그런데 이제 아로니아도 제법 많이 심고 지난해부터는 수확을 시작해서 그냥 이곳에 자리를 잡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집짓기를 시작해 건축업자에게 따로 맡기지 않고 직접 집을 짓고 있는 부부다. 이날도 화장실 타일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부부가 의논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일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부인 김씨는 “보일러 설비나 기초 공사를 제외하고는 지붕 싱글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둘이 힘을 모아서 하고 있다”며 “지붕 싱글을 붙일 때에는 저 높은 곳에서 다리가 벌벌벌 떨려 죽는줄 알았다”고 고개를 젓는다.
남편은 “이 사람이 옆에서 보조역할을 잘 해줘서 재미있게 집을 짓고 있다”며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투른데 주변에서 마을 어르신들이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짐도 들어주시는 등 도움을 많이 주신다”고 말한다.
남편 김씨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사람사이의 정은 이곳 고향마을은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넉넉하다.
우리팜영농조합 성공 기대
부부의 아로니아 농장은 셋째딸의 이름을 따 ‘가은이네 농장’이라고 이름 지었다. 영광지역에서 거의 처음으로 아로니아 재배를 시작한데다가 농사도 잘돼 올해는 3t 이상을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제법 많은 열매가 열렸다. 그래서 많은 귀농·귀촌인들이 찾아와 아로니아 밭을 둘러보고 재배방법 등을 배워가기도 한다고.
부부는 또 지난해 관내 귀농·귀촌인들을 중심으로 아로니아를 재배하는 농가를 조합원으로 하는 우리팜영농조합법인을 구성했다.
남편 김씨는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여러가지로 힘들어요. 앞으로 아로니아 판매뿐만 아니라 즙이나 분말 등을 만드는 2차 가공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서 모두가 함께 잘살 수 있는 농촌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활짝 웃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