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소금과 함께 가족의 사랑도 영글다
⑥ 백수읍 김현만·이경연씨 부부
때이른 더위 탓을 할 사이도 없이 일찍 찾아온 소금생산의 성수기에 부부의 손길도 더욱 분주해졌다.
“처음에는 전기 스위치만 켜줘도 고맙다고 하더니 요즘은 거의 같이 일해요.”
이경연(43)씨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고생이 싫지만은 않은 듯 남편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남편 김현만(47)씨 역시 아내에게 고생을 시켜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묵묵히 돕는 그녀가 있어 더욱 든든하다.
부부는 광주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가 귀농을 결심한 남편을 따라 5년전 백수읍으로 이사했다. 귀농을 결심하고 강진 등 정착할 다른지역도 알아봤지만 남편 김씨의 고향인 백수가 최종적으로 낙점됐다. 고향이라서 조금 더 마음이 갔던 모양이다.
남편 김씨는 귀농후 소를 키우고 싶어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중 염전에 관심이 갖고 한동안 염전에서 일을 하면서 운영방법을 배운 뒤 직접 소금을 만든 것이 올해로 3년째다. 염전을 시작하면서 살이 15㎏이나 빠졌다는 김씨는 “이 일이 다이어트에는 최고”라고 씨익 웃는다.
깨끗한 ‘오줌싸개 소금’
그만큼 노동강도가 세고 힘든 일이지만 그가 생산하는 소금의 품질에 대한 자부심은 크다. <오줌싸개 소금>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소금의 품질에는 부부의 부지런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부부가 ‘오줌싸개’로 이름 지은 것은 이불에 오줌을 싼 날 아침 키를 쓰고 이웃집으로 소금을 받으러 다니던 부끄러운 어린시절 때문이라는 재미난 이유다.
김씨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항상 새벽 4시쯤 일어나서 물을 받기 전에 염전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여기서 소금을 생산한다”며 “그래서 상인들로부터 우리 소금이 깨끗하고 잡티가 없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고 소개한다.
부부의 땀과 정성의 결정체인 <오줌싸개 소금>은 도·소매로 판매하고 직접 배달을 해주기도 한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쉴 수 있는 여유가 없어 1남2녀의 아들딸들에게 미안하다는 부부.
이씨는 “다들 쉬는 여름방학이나 휴가때가 우리는 가장 바쁠 때여서 아이들과 함께 해주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엄마아빠를 도와주기도 하고 학교도 잘 다니는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학교에 안가는 날이나 주말이면 염전에서 부부의 일을 돕기도 한다. “우리는 용돈도 일하는 만큼 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용돈이 필요하면 염전에 와서 일을 돕기도 한다”며 “얼마 전에도 큰 딸이 옷을 산다고 우선 아빠한테 용돈을 받은 후에 주말에 2일 동안 염전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고 웃는다.
멋있는 풍경을 구경하는 여유로움은 아니지만 온 가족이 염전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 안에서 나누는 정과 사랑은 더 두터워진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