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와 아들, 한 가족이 일구는 즐거운 농사!

⑧ 법성면 이영섭·이옥자씨 부부

2014-06-26     영광21

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감자전의 고소한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비오는 날도 아닌데 대낮부터 막걸리 한잔 생각이 간절하다.
“여기 전라도는 감자전에 밀가루를 섞어 만들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청양고추만 조금 썰어 넣고 오로지 감자로만 만들어요. 이것이 진짜 강원도 감자전이죠.”

강원도 강릉시가 고향인 이영섭·이옥자씨 부부는 8년전 법성면 화평리에 터를 닦았다. 현대건설에서 근무하던 남편 이영섭(63)씨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영광지역으로 발령받아 오면서 이어진 인연이 부부가 이곳 법성으로 귀농을 하게 했다.
부인 이옥자(60)씨는 “퇴직한 남편에게 귀농을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첫 한마디가 ‘미쳤냐’였다”고 웃는다.

이씨는 그런 남편을 끊임없이 꼬드겨서 결국 반 강제로 이사를 왔다. 처음 3년 동안은 아침에 밥을 먹고 나면 문 앞에 앉아서 ‘오늘은 뭐 해야 하는데?’라고 불만스럽게 묻는 남편 때문에 힘들기도 했다고.
지금은 남편 이영섭씨 역시 완벽한 농사꾼으로 변신했다. 오디를 수확하느라 까맣게 물든 두손은 영락없이 부지런한 농사꾼의 손이다.

“농사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님을 따라서 강릉시내에서 자라온 부부는 농사에는 깜깜했다. 그래서 무작정 귀농하는 대범함을 보였는지도 모른다.
부인 이씨는 “처음에 지인이 들깨를 심으라고 줬는데 어떤 간격으로 얼마나 심는지 모르니 한평 정도 되는 땅에 그냥 심었어요. 그래도 줄기가 자라고 깨가 열렸는데 말렸다가 터니까 한톨도 안 나와요.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지. 농사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요. 무식하니까 용감했죠. 뭐”라고 말한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다가 눈이 마주친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이 부부의 첫번째 농사였다.
남편 이씨는 “농사일을 애쓰고 해놓으면 동네사람들이 보고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해서 보통 두세번 일하곤 했다”며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농업기술교육에 부지런히 참석해서 지금은 나란히 유기농기술 자격증이 있을 정도로 박사가 됐다”고 말한다.

아들도 힘을 보탠 농촌생활
“나는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이라 오후 6시가 되면 밭에서도 퇴근을 하고 싶은데 이 사람 때문에 고생이다”고 투덜대는 남편을 보며 부인 이씨는 “농사가 내 적성에 딱 맞다”며 환하게 웃는다.
부부의 둘째아들 이규형씨도 지난해부터 농사일을 돕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2030창업농으로 선정돼 올해부터는 농사규모도 더 늘었다. 지난해에 당뇨병에 좋다고 알려진 열매 여주를 생산했지만 판로확보를 못해 안타깝게 판매는 하지 못했지만 규형씨 역시 의욕넘치는 젊은 농사꾼이다.

또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배운 방법으로 생선액비 등을 만들어 비료로 쓰기도 하고 고추모종 등을 직접 키우는 등 꾸준히 공부하면서 새로운 농사법을 연구하기도 할 정도로 농사에 욕심이 많은 가족이다. 적잖은 나이에도 배우고 연구하는 것을 쉬지 않는 이들은 멋진 농부가족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