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시원한 바람도 쉬어가는 어르신 쉼터

덕성경로당<영광읍>

2014-06-26     영광21

예년보다 유난히 적은 비 소식에 농부들의 한숨소리가 늘어난다.
영광읍 덕호리에 위치한 덕성경로당(회장 장석순)의 어르신들도 “모를 심어놓고 물대느라고 다들 들에 나가있지”라며 “마른장마인가 뭐시긴가 그래서 비가 이렇게까지 안와서 어쩐당가”라고 말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김태옥(87) 어르신은 “지금이 제일 바쁜 시기인데 때를 잘 못 맞춰서 왔응게 사람이 없어”라고 인사를 건넨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흰둥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김 어르신은 “머리가 빨리 자라서 금방 흰머리가 나온께 검정물을 들여 봤자 손해여. 그냥 이렇게 살라네”라며 씽긋 웃는다.
87세의 연세에도 정정한 모습인 김 어르신은 “우리 마을에 예전에는 44가구가 살았는데 지금은 6~7가구가 비어 있는 것 같다”며 “뭐시 그렇게 급해서 다들 저 세상으로 일찍 갔는가 모르것어”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열어놓은 문틈으로 들어온 파리가 한 어르신의 등에 붙었다. 이를 본 다른 어르신이 파리채로 파리를 냅다 때렸다. 이 재빠른 동작 뒤에 난데없이 등뒤에서 파리채의 기습을 당한 어르신은 “가만히 때리제 오메~ 아퍼 죽것네”라고 비명을 질렀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어르신들의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해졌다.
“마을 사람들이 다들 바쁜데 우리는 나이 먹어서 그런가 다리 아프고 허리도 아파서 나갈 수나 있가니.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하는 어르신은 “회장도 총무도 바빠서 얼굴도 못 본지 오래됐어”라며 “회원들도 모으면 꽤 많은디 일한다고 안온께 우리밖에 없네”라고 요즘은 가장 바쁜 시기임을 강조했다.

경로당에는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여름에는 냉방기가 따로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시원하다고.
남자어르신들은 거의 돌아가시고 여자어르신들만 남았지만 그마저도 연로해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는 덕성경로당 어르신들은 “움직이지 않아서 굳어버린 근육을 풀어주는 체조교실이 있었으면 좋겠어”라며 “그것도 신청을 해야 해주제. 우리가 신청을 안해서 안온다고 하던데 신청을 어디서 한당가”라고 묻기도 했다.

식사시간이 다가오자 조용하던 경로당에도 제법 활기가 넘쳤다. 김치와 나물 무침, 고추반찬 등 직접 만든 반찬을 올려놓은 밥상 주변에 모여앉아 점심식사를 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나눔의 넉넉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밥은 먹고 댕긴가. 우리랑 같이 먹고 가제.”
넉넉한 어르신들의 모습처럼 들녘의 모든 농산물들도 풍년이기를 소망해 본다.
조윤서 기자 yg21n@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