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공익근무요원’ 밤에는 ‘총각아빠’

옥당골칭찬릴레이 - 김형도씨 / 염산면

2004-12-02     박은정
요즘 방송에선 공익근무요원 폭행, 근무이탈, 구속…그리고 연예인과 스포츠선수들의 병역비리에 대한 논란 등 병역과 관련된 유쾌하지 못한 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이지만 현재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그 자리를 귀하게 여기며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젊은이가 있다. 그가 바로 김형도(26)씨.

진도가 고향인 그는 태어날때부터 심장질환이 있어 7살 때 심장수술을 받았다. 그후 진도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광주신학대학을 입학하게 된다. 어린시절 심장수술후 몸이 그다지 건강하지 못하던 그였지만 대학을 마치고 국방의 의무를 지켜야할 시간이 찾아왔다.

김 씨는 지난 2월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게 됐고 지난 6월부터 염산면사무소 행정보조로 복무하고 있다. 이런 그가 낮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열심히 근무하고 퇴근후에는 염산 사랑의집에서 아이들과 노인들을 돌보고 있어 주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지난시절 주위에서 보여준 관심과 사랑이 늘 고마워 남에게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김 씨는 “군복무 전부터 신학대 동기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염산 사랑의집을 오가며 아이들을 돌봐왔고 군복무 후에도 이곳에 머물러 생활하며 봉사를 할 것이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그는 부모가 없는 14명의 아이들과 4명의 무의탁노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조건부시설인 염산 사랑의집에서 작은 공부방을 열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 숙제를 챙겨 도와주며 아이들의 부진한 학습을 지도하고 있다. 또 아침출근길 보건소에 들려 어린아이들의 치아치료나 예방접종을 하고 퇴근길엔 근무하는 면사무소 뒤에 있는 어린이집에 들려 아이들을 데리고 귀가하는 등 ‘총각아빠’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그가 받는 작은 봉급을 아이들의 간식비과 용돈으로 모두 쓰고 있다. 염산면사무소에 근무하며 그를 지켜본 한 직원은 “김형도씨는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무척 예의바르고 성실하다”며 “사랑의집에서 펼치는 봉사활동은 물론이고 근무하는 면사무소에서도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사무실환기 청소 이면지정리 등을 시작으로 민원인안내, 인터넷사랑방 전산교육도우미 등 본연의 업무 외에도 많은 일들을 돕고 있다”고 그를 칭찬했다.

김형도씨는 겉으로 크게 드러나고 눈에 띄는 일을 하기보다는 작은 역할로 주변사람들에게 커다란 신뢰와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좀더 사회복지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도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가치있게 만들어 나갈것을 약속하며 힘들고 지친 이웃을 위해 ‘희망’의 기도를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