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처럼 화합이 잘되는 마을이 또 있는가?

남계경로당<염산면>

2014-07-03     영광21

요즘은 동네마다 경로당이 마련돼 있어 마을 사람들과 화합의 장소가 되거나 농사정보를 교환하는 등 어르신들이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다.
염산면 상계리에 있는 남계경로당(회장 정형섭)에 이동보건소가 찾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어르신들이 경로당이 꽉 찰 만큼 모여 앉아 있다.

경로당 앞에는 커다란 팽나무 밑에 넓다란 시정과 탁자와 의자로 구성된 동각이라 불리는 쉼터가 있고 그 옆으로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었다.
마을에 50가구가 사는데 이중 회원수가 35명 이상이라는 남계경로당은 90세 이상의 어르신이 3명이나 있을 정도로 장수마을이다.
본인의 진료 차례를 기다리던 한 어르신은 “지금은 모도 다 심어블고 양파 작업도 다 끝났고 심은 고추가 영글지 않아서 조금은 한가하제”라며 “금방 바빠진께 한숨 돌리는 시간이지만 비가 안온께 걱정이고만”이라고 말한다.

이 어르신의 말끝에 “일하면 아프고 일 안하면 안아픈 것이 신기해”라고 웃음이 터진다. 또 진료가 끝나고 경로당을 나서는 어르신을 보며 “우리보다 쪼까 젊은 사람들은 일하러 다들 가시는구만”이라며 “쪼까 젊어도 70세가 다 넘었지”라고 찡긋 웃는 모습에서 평소 웃음이 넘치는 경로당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지난 봄에는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앞장서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로 여행을 다녀왔다.
어르신들은 “우리는 편하고 좋고 얼마나 좋은 일이여”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쌀이며 양파, 고추농사를 짓는다는 상계마을은 여느 마을보다 넉넉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어르신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누구나 부모님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부모님과 우리 가족이 더불어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만 상계마을은 90세가 넘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비교적 젊은 부부들이 있다고 기특해 했다. 누구나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것.

“부모 부양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각기 다른 사정이 있기 마련이제”라며 “가족은 아무리 서로 오해가 쌓이고 섭섭하더라도 가장 큰 지지자요 든든한 동반자여”라고 말하는 어르신의 말에서 갈수로 고령화, 핵가족화 돼 가는 사회의 변화속에서 노인 부양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곱게 꽃단장을 하고 오신 어르신들의 건강한 모습을 뵈니 100세시대가 결코 구호가 아닌 현실인 것 같다. 현실의 소소한 웃음속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기를 기원한다.
조윤서 기자 yg21n@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