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가 즐거운 부부의 알콩달콩 영광로맨스
15 - 법성면 김기석 김혜숙씨 부부
이름 난 대형병원에도 다니고 좋은 약은 다 써봤지만 증상은 계속됐다. 그렇게 1년을 시름시름 앓던 그는 고향인 법성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고향으로 돌아오고 처음 1년 동안 건강이 차츰 회복되더니 이제 다시 건강해졌어요.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죠.”
고향으로 돌아와 고추, 쌀 등 농사를 지으며 산지 어느덧 5년째가 된 김기석·김혜숙씨 부부. 남편 김기석(56)씨는 무엇보다 귀농을 결심한 아내 김혜숙(55)씨에게 가장 고맙다고.
기석씨는 “저도 저지만 따로 직장을 다니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아내에게 함께 시골로 오자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죠. 그런데 ‘당신 건강이 회복된다면 가겠다’고 따라와 준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고 고맙다”고 아내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내 혜숙씨는 “당시에 아이들도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나도 나름대로 직장인으로서 계획이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왔죠”라고 말했지만 남편에 대한 원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남편 기석씨의 든든한 보조역할을 하고 있다.
혜숙씨는 “사람도 사랑과 관심을 주면 더 예쁨을 받으려고 한다는 말처럼 농작물도 꼭 그렇다”며 “우리가 기르는 농작물도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자라 더 작황이 좋다”고 자랑한다.
기석씨는 “지난해에는 고추농사가 잘 돼 우수사례로 발표하기도 했다”며 “우리는 농사에 대하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배우는 것을 망설이지 않아요. 그래서 이제 고추박사가 됐죠”라고 자랑한다.
농사철에는 항상 새벽 4시쯤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부부는 누구보다 일찍이 하루를 시작한다. 좀 더 시원한 새벽에 일찍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나머지 시간에는 여유를 즐기는 것이 이들 부부의 규칙 아닌 규칙이다.
각자 직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이들이라 농사일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열심이다.
이렇게 부부 모두 농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탓에 간혹 논밭에서 티격태격 부부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로 방법이 다르고 일의 순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혜숙씨는 “우리는 집에서는 절대 안 싸워요. 그런데 꼭 논밭에 나가면 싸우게 돼요”라고 장난스럽게 남편을 흘긴다.
농사일을 할 때만 제외하면 사이가 좋다는 부부는 1주일에 한번씩 함께 외출을 하며 즐겁게 살고 있다.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쇼핑을 하기도 한다.
남편 기석씨의 아내를 위한 배려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부의 농촌에서의 삶에 활력이 되고 있다.
부부는 “내 자식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일하고 배울 생각이다”며 “현재 건강한 몸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살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방긋 웃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