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 vs 인재 의견대립 ‘팽팽’
26일, 영광농민연대 등 농어촌공사 늦장 대응 비난·농어촌공사 “천재지변이다” 해명
■ 법성면 신장리 침수피해 책임 공방
지난 18일 영광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주택침수 등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수해피해 농가 등 영광지역 농민들이 “농어촌공사의 늦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며 관계자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농어촌공사 앞에서 항의성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한농연, 쌀전업농회 등 4개의 농민단체로 구성된 영광군농민연대와 수해피해농가대책위 등 30여명의 농민들은 군남면 농어촌공사 영광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농어촌공사에 농민에 대한 사죄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했다.
농민들은 “농어촌공사의 수문개방이 늦어 물의 흐름이 정체되고 역류해 제방으로 물이 범람하는 바람에 붕괴가 이뤄졌다”며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전날인 17일 저녁 10시경 와탄천 배수갑문을 전면 개방했다고 거짓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원인에 대해 시종일관 말바꾸기와 거짓말만 해대고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농어촌공사의 태도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농민들의 기자회견 직후 공사 회의실에서 당시 해수면의 높이 등을 자료로 제시하며 농민들의 주장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러면서 장수천 인근의 제방이 붕괴된 원인에 대해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법성면 신장리 부귀동마을의 서당교에서 장수교까지 단면이 좁아져 수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급격히 줄고 장수교의 교량이 낮은데 장수교 이후에는 다시 단면이 넓어지면서 장수교 인근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해 제방이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며 “와탄천 수문에서 제방이 붕괴된 곳까지 물이 6㎞를 역류했다고 하더라도 제방을 붕괴시킬 정도의 힘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고 초기에 정확한 원인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한 것이 이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 바꾸기 논란을 일으킨 초기대응의 미숙함은 인정했다.
하지만 와탄천 상류에 해당하는 영광읍 입석리에서도 농어촌공사의 늦장대응으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와 해당 의혹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인근 하천의 물이 와탄천 수위상승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침수피해를 입은 한돈협회가 운영하는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 관계자는 “CCTV를 확인해보면 오전 5시경 이미 물이 넘친 것으로 추정되는데 배수문을 모두 열었다면 물이 충분히 빠져 나가 역류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갑자기 불어난 빗물로 큰 하천의 유속이 빨라 작은 하천에서 물이 합류하기 쉽지 않아 역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의 큰 쟁점중 하나로 떠올랐던 16일부터 18일 오전 4시전까지의 배수갑문을 촬영한 CCTV영상 유실부분에 대해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 고의적인 삭제가 아닌 기상악화로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일부 의혹은 해소됐지만 농어촌공사 늦장대응과 관련 직무유기 혐의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