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 굽이굽이 정을 싣고 달리는 동락점빵!

업체탐방 524 동락점빵<묘량면>

2014-09-11     영광21

“여민동락 점빵트럭이 왔습니다. 두부, 콩나물, 과자, 라면, 막걸리, 커피, 슈퍼타이, 락스 모두 다 있으니 나와서 구경하세요.”
초록색트럭에서 나오는 방송 소리에 마을주민들이 하나둘 얼굴을 내민다.
조용하던 시골마을에 금세 활기가 넘친다. 트럭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긴 마을주민들은 “왔어?”라고 반가운 인사를 먼저 건넨 뒤 트럭 짐칸을 빙 한눈에 둘러보고 “나 콩나물 1,000원어치 줘”라고 주문한다.

매주 금요일 1t트럭을 타고 묘량면에 위치한 40여 자연마을마다 찾아다니며 이동가게를 열고 있는 <동락점빵>의 점빵트럭. 콩나물, 두부부터 라면, 막걸리, 맥주, 음료수, 미역, 멸치, 고등어, 동태까지 조그마한 트럭에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 있다. 혹시 없는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번 방문 때 꼭 실어오기도 한다.

점빵트럭의 주요고객은 거동이 불편하고 교통편이 열악해 면소재지나 영광읍으로 자주 시장을 보러 갈 수 없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구멍가게조차 없는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필요한 것을 적어두거나 기억해두고 점빵트럭이 찾아오는 금요일을 기다린다.

사람과 사랑을 잇는 마을가게

묘량면소재지 여민동락복지센터 맞은편에 위치한 <동락점빵>은 지나가는 모든 이와 마을주민들의 구멍가게를 자처하고 있다.
가게 입구에 적힌 <이문이 없어도 사람과 사랑을 잇는 마을가게>라는 말처럼 이문이 적어도 농협하나로마트와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시골가게들은 찾는 이가 많지 않다보니 물건 값이 비싼 것이 상식이지만 어르신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전하는 것 또한 <동락점빵>의 탄생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여민동락노인복지센터에서 3년전 처음 문을 연 <동락점빵>은 막걸리 한병, 라면 한봉지라도 살 수 있었던 동네의 조그마한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아 멀리 영광읍까지 시장을 보러 가야하는 불편을 겪고 있었던 묘량사람들을 위해 문을 열었다. 특히 마을주민 대부분이 자가용이 없고 대중교통도 열악한 곳에 거주하고 있는 노인들이라 노인복지기관인 여민동락이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점빵트럭을 직접 운전하는 이은경 사회복지사는 “처음 점빵트럭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이문이 적어 지속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만류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문이 없어도 어르신들을 만나고 불편함을 덜어드리고자 시작했죠. 지금은 자리가 많이 잡혀서 협동조합으로 어르신들께 돌려드리려고 해요. 얼마 전에 창립총회도 했고 현재 진행중에 있어요”라고 말한다.

<동락점빵>이 협동조합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면 여민동락 직원들은 실무적인 도우미 역할을 할 뿐이고 조합원으로 가입한 어르신들이 주인이 된다. 현재 많은 어르신들이 1만원씩 출자금을 내 조합원으로 가입했고 어떤 마을은 주민 전체가 조합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고.

시골마을 <동락점빵>이 구세주!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저 사람들이 구세주제~”
점빵트럭에서 구입한 100개들이 커피봉지를 시정 천장에 걸어놓은 한 어르신은 점빵트럭이 오자 얼른 따끈한 커피를 끓여 대접했다. 함께 앉아있던 마을주민들은 “오지나 다름없는 산골마을에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이들 덕분에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경씨는 “우리가 판 커피나 맥주를 얻어먹는 일이 일상이에요”라고 웃는다.

이씨는 물건을 파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점빵트럭을 찾은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건강상태를 살핀다. 노인복지를 하는 그녀가 점빵트럭을 직접 운전하는 이유도 어르신들의 일상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살피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래서 점빵트럭에 찾아온 어르신들에게 라면을 팔면서도 “라면은 그만 드시고 생선같은 반찬을 해서 드셔”라고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동락점빵>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사랑과 정이 오가는 공간이다. 오늘도 점빵트럭은 소소하지만 따뜻한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를 싣고 달린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